[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설국열차에서 뛰어내려라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출처:네이버 영화
<프롤로그>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깨달은 세계 정상들이 냉각제 살포로 지구를 되살리려고 하다가 결국 지구는 혹한으로 멸망하고 소수의 인간 군상만이 열차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요지경 같은 삶을 살아가는 영화 <설국열차(Snowpiercer), 2013>는 우리의 현실과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 코로나 위협에서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데 필수적인 백신을 구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상황과 원하는 아파트에 진입하지 못한 사람들의 아우성이 그 대표적인 모습이다. 결국 진정한 자유는 설국열차의 맨 앞 칸으로 이동이 아닌 감옥 같은 열차를 탈출하여 자유와 희망이 숨 쉬는 땅으로 내딛는 발상의 전환과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출처:네이버 영화
출처:네이버 영화
<영화 줄거리 요약>
인간의 지구 자원 남용으로 피폐해진 지구를 살리기 위해 79개국의 세계 정상들은 강력한 인공 냉각제(CW-7)을 인위적으로 살포하게 된다. 하지만 예측은 빗나가고 부작용으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거대한 한파로 얼어붙어 멸종하고 만다. 하지만 윌포드(에드 해리스 분)가 설계한 특수 시스템으로 영구 가동되는 유일한 생존 가능 공간인 설국열차에 돈 많은 부자들은 앞쪽 호화 칸에 승차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빈민굴 같은 꼬리 칸에 무임승차하게 된다. 1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한 번의 정차도 없이 달리던 설국열차의 꼬리 칸 군상들은 배고픔과 불평등한 억압에 폭발하여 젊은 지도자 커티스(크리스 에반스 분)와 보안 설계자 남궁민수(송강호 분)가 협력하여 폭동을 일으키며 앞 칸으로의 돌격을 시도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관전포인트>
A. 설국열차안 두 종류의 리더는?
@윌포드: 설국열차를 설계하고 선택된 권력자와 부자들이 호화로운 객실에서 술과 마약까지 즐기며 뒹구는 세상을 만들고 꼬리 칸에 있는 사람들은 노예처럼 활용하는 엄청난 공포 독재정치를 펼치고 있다. 마치 영화 <007 문레이커, 1979>에서 현대판 노아의 방주를 만들어 새로운 지구를 만들려는 악당 드랙스와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 2015>에서 인종청소를 통해 지구를 정화하려는 악당 발렌타인을 연상시킨다.
@길리엄: 설국열차의 꼬리 칸에서 실질적인 정신적 리더로 활약하고 있는 인물로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서로를 잡아먹는 극한의 상황에서 자신의 한쪽 팔을 잘라 식량으로 내어주면서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게 되지만 나중에 윌포드와 같이 지금의 설국열차 생태계를 유지하는 무서운 인물로 나온다.
B. 꼬리 칸을 해방하기 위한 전략은?
꼬리 칸의 젊은 지도자 커티스는 독재자 윌포드의 심복 메이슨을 인질로 잡고 열차의 보안 설계자 남궁민수와 협력하여 한 칸씩 앞으로 격파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고 최고 앞 칸에서 윌포드를 만나지만 뜻하지 않은 이야기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가장 존경하던 길리엄이 윌포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폐쇄된 생태계인 열차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가끔씩은 과감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인구수를 조절해 왔다"라는 끔찍한 사실을 알게 된다.
C. 남궁민수의 숨겨진 계획은?
크로놀이라는 환각제 중독으로 감옥 칸에 수감되어 있던 남궁민수는 사실은 폭발성이 높은 크로놀을 모아 강력한 폭탄을 만들어 이곳 설국열차를 파괴하고 자신의 딸 요나와 함께 새로운 희망의 땅으로 탈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에 자신은 죽고 딸이 미션을 성공시키게 된다.
D. 설국열차의 악마적인 시스템은?
@사악한 리더 윌포드는 길리엄과 밀약으로 18년 동안이나 가장 포악하고 불평등한 세상을 이끌어 왔다. 심지어 엔진 칸의 부품이 고장 나 대체 부품이 없자 꼬리 칸의 어린아이를 집어넣어 기계 대신 생체 도구로 활용하기도 한다. 미래로 나아갈 아이들을 현재를 위한 소모품으로 삼은 것이다.
@ 꼬리 칸의 굶주린 사람들이 가끔 폭동을 일으키게 방조하여 진압 과정에서 앞 칸의 사람들에게 잔인한 쾌감을 선물하기도 한다. 마치 로마시대 검투사들이 사자에게 죽임을 당하는 광경을 시민들이 즐기게 하는 폭군 네로와도 같은 인물이다.
@ 꼬리 칸의 사람들이 굶주림에 서로 잡아먹는 상황까지 가자 노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더러운 바퀴벌레를 재료로 에너지 블록이라는 대용식을 만들어 최소한의 에너지를 제공하는 파렴치한 인간이기도 하다.
E. 영화의 엔딩은?
윌포드가 황제처럼 사는 최고 앞 엔진 칸에 쳐들어간 커티스에게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자신을 대신해 차기 설국열차의 통치권을 물려주려 하자 커티스는 잠시 유혹에 넘어가려고도 했지만, 결국 정신을 차려 자신의 팔이 잘려나면서도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엔진실에서 소년 티미를 구하고 남궁민수의 딸 요나에게 열차 문에 장착된 폭탄에 불을 붙이라고 소리친다. 불을 붙이자 열차는 폭발하고 눈사태로 기차가 전복되면서 모든 사람은 죽고 요나와 티미만이 살아 열차 밖으로 나가게 된다.


출처:네이버 영화

<에필로그>
열차의 보안 설계자였던 남궁민수는 18년간 반복적인 궤도를 달리던 열차의 유리창 풍경을 통해 추락한 비행기의 잔해에 덮인 눈이 엷어져 형체가 드러나고, 총격전으로 생긴 유리창 구멍으로 들어오는 눈송이를 보며 빙하기가 끝나간다는 것을 예감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세상을 준비하고 결국 열차의 폭발로 유일하게 살아남은 딸 요나와 소년 티미는 살아있는 북극곰을 보면서 빙하기가 끝난 지구에서 새로운 희망의 길로 나아가게 된다. 우리도 단지 익숙하다는 이유로 현재의 왜곡된 설국열차 같은 세상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용기를 내어 희망과 꿈을 펼칠 수 있는 세상으로 향한 문을 부수고 박차고 나가야 할 때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서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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