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태양의 나라' 스페인, 한국판 뉴딜 동반자로

관광지로 유명하지만 車·풍력 등 경제 강국
반도국가 공통점에 친환경 정책 지향도 비슷
국빈 방문 계기로 그린·디지털 협력 강화를

문승욱 <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스페인은 어떤 나라일까? 뜨거운 태양, 열정적인 플라멩코, 목마른 영혼들의 산티아고 순례길과 같은 이미지를 머릿속에 떠올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16세기 대항해 시대를 열었던 찬란한 역사와 문화유산은 세계적 관광대국, 지금의 스페인을 만들었다.

이렇듯 관광으로 너무나도 유명한 스페인이지만, 탄탄한 산업 역량을 보유한 경제 강국이라는 사실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스페인은 유럽 5대 경제 국가이자 독일에 이은 유럽 자동차 생산 2위 국가이며, 풍력 발전 부문 세계 5위인 재생에너지 강국이다. 또한 건설·인프라 기술력도 우수해 중남미, 아프리카와의 언어·문화적 동질성을 바탕으로 세계 건설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사실, 우리나라와 스페인의 경제적 유대 관계는 생각보다 오래됐다. 몇 해 전 배우 윤여정 씨가 TV 프로그램에서 불고기비빔밥을 팔았던 그곳, 카나리아 지역은 1960년대 1만 명의 우리 동포가 거주했던 원양어선 거점이었다. 또한, 한국 기업들은 1975년 KOTRA 마드리드 무역관 개설을 시작으로 스페인 시장 진출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갔다. 그 결과 지금은 제조, 건설, 유통을 넘어 전자상거래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비즈니스 협력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스페인은 경제적인 공통점이 다양하다. 양국 모두 성숙한 민주화와 경제 성장을 이뤘으며, 인구와 경제 규모를 비롯해 대륙과 해양을 잇는 교량 국가로서의 지리적인 특징까지 닮았다. 특히 최근에는 우리가 저탄소, 선도형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 그린 뉴딜과 디지털 뉴딜을 두 축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스페인도 지난해 발표한 ‘국가경제재건계획’을 토대로 경제 전반의 친환경, 디지털 전환을 추구하는 등 정책적 지향점도 유사하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의 스페인 국빈 방문은 양국의 유대감과 공감대를 바탕으로 앞으로 양국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우선 양국은 저탄소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 상호보완적 강점을 갖는 재생에너지 협력을 더욱 촉진하고, 탄탄한 자동차 제조 역량을 기반으로 전기차, 수소차 분야에서 협력해 나갈 것이다.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발표된 스페인 기업의 국내 해상풍력 및 태양광 사업 투자와 양국 대표 에너지 기업 간 재생에너지 투자 협력은 좋은 시작이 될 것이라고 본다.

둘째, 양국은 미래를 선도하는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이 시급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혁신의 아이콘인 스타트업 교류와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다. 셋째, 건설·인프라 분야에서 양국은 서로의 주력 시장을 공유하면서 중남미, 아시아 등 신흥시장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할 것이다. 이미 양국 기업은 전 세계 25개국, 총 162억달러 규모의 공동 사업을 진행해 온 경험이 있어 성공적인 협력이 가능할 것이다.

지난해는 한국과 스페인의 수교 70주년이었다. 이번 문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양국은 새로운 경제 협력의 터전을 마련했다. 때마침 두 나라 모두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코로나19 극복과 경제 회복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친밀한 협력 분위기를 한층 더 발전시킬 적기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스페인이 ‘여행가고 싶은 나라’에서 나아가 ‘그린·디지털 협력의 동반자’로 거듭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