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금리인상 군불 때는 한은…'김현미 악몽' 되새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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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열린 6월 FOMC지난주 열린 6월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 이후 두 가지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하나는 코로나 사태 이후 풀린 돈을 환수하는 테이퍼링이 언제 시작되느냐, 다른 하나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 앞서 우리가 먼저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금리인상 베팅' 늘었지만
시기·속도 여전히 가변적
한국과 같은 신흥국선
선제적 금리인상 '고심'
2018년 집값 잡으려
기준 금리 올렸다가
경기침체 더욱 심해져
가계부채 위험 상황서
섣부른 정책땐 또 악몽
첫 번째 문의에 대한 답은 ‘이미 테이퍼링은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다. 국채와 주택저당증권을 대상으로 매월 1200억달러씩 풀어내는 양적완화는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역레포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레포란 시중에 유동성이 차고 넘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금융사가 중앙은행에 재예치하는 것을 말한다.두 번째 문의에 대한 답은 금융위기 이후 금리 인상 시기와 속도를 결정할 때 경제지표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반응까지 감안한다’는 Fed의 새로운 기준이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테이퍼링과 달리 기준금리 인상은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과 통화정책 전달 경로(금리 변경→총수요 변화→실물경기 조절)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특정국의 금리체계상 기준금리와 금융시장 간 관계가 ‘안정적’이라면 금융시장 반응을 주목할 필요가 크지 않지만 미국의 경우 2004년 금리 인상 때부터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왔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췄음에도 금융시장 상황이 더 긴박해지자 양적완화를 통해 유동성을 보완해 나갔다.또 하나 고려해야 할 기준은 ‘최적통제준칙(optimal control rule)’이다. 최적통제준칙이란 Fed가 양대 목표로부터의 편차를 최소화하는 기준금리 경로를 산출해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때그때 상황을 반영하는 유연성 면에서 테일러 준칙 등에 따라 산출된 적정 금리를 토대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종전의 방식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양대 기준을 조합하면 두 번째 문의에 대한 답이 나온다. 금리 인상 시기(속도 포함)를 경제지표와 금융시장 반응을 동시에 고려해 결정할 경우 최적통제준칙에 따른 금리 인상 경로보다 앞당기거나 늦출 수 있다는 의미다. 금리를 올릴 때 금융시장 충격이 우려되면 그 시기가 최적통제준칙에 의한 경로보다 늦춰지고, 반대의 경우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기 이후와 마찬가지라 이번에도 Fed가 통화정책 추진에 핵심이 될 금리 인상은 ‘인내심을 갖고 접근한다’고 한 것은 일부에서 거론하는 1994~1995년과 2004~2008년 금리 인상 당시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의 전철을 그대로 밟지 않겠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만큼 통화정책 여건이 변했기 때문이다.테이퍼링과 달리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와 속도는 가변적인데 우리가 먼저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캐나다 중앙은행이 23개 신흥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6월 Fed 회의 이후 선제적 금리인상론자의 논거인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외자 이탈 가능성은 한국이 가장 낮게 나온다.
신흥국에서 외자 이탈에 따른 가장 효과적인 대처방안은 ‘금리 인상’이 아니라 ‘외환보유액’을 충분히 쌓는 일이다. 외환보유액은 보유 동기에 따라 IMF 방식(3개월치 경상수입 대금)과 그린스펀·기도티 규칙(3개월치 경상수입 대금+유동외채), 캡티윤 모형(3개월치 경상수입 대금+유동외채+도피성 자본+포트폴리오 투자 일부) 등으로 세분된다.
우리의 경우 통화스와프 등을 통해 확보해 놓은 제2선 자금까지 포함하면 외환보유액이 5500억달러에 달해 캡티윤 모형에 의해 추정된 적정 외환보유액보다 1500억달러 이상 많다. 오히려 터키, 러시아, 브라질 등과 같이 미국보다 앞서 금리를 올릴 경우 ‘금리 인상→실물경기 침체→추가 외자 이탈’의 악순환이 우려된다.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2018년 11월 당시 서울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렸다가 경기를 더 침체시켰던 이른바 ‘김현미 악몽’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우리처럼 가계부채가 이미 위험수위를 넘은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그 부담은 MZ세대와 소상공인에게 집중되는 ‘상흔 효과(scarring effect)’가 나타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