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인천공항 MRO 사업이 풀어야 할 과제

복합 에어시티로 진화하는 공항
사업다각화 위해 각종 규제 풀고
국내 사업자 지원해 경쟁력 키워야

허희영 <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
지날달 인천공항이 모처럼 밝은 뉴스를 전했다. 이스라엘의 항공우주 종합방산업체인 IAI가 B777의 MRO(항공기 수리·정비·개조)를 수행할 첫 해외 기지로 인천공항을 정해, 국내 민간업체 샤프테크닉스케이(STK)와 함께 3자 간 투자합의서(MOA)를 체결한 것이다. 그런데 MRO 단지를 조성하고 있는 사천지역이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중복투자와 무역분쟁의 가능성이 명분이지만 여기엔 MRO 사업의 주도권 상실에 대한 우려감이 있다.

공항의 영업환경은 예전과 다르다. 인천공항은 2001년 개항 이후 코로나19 이전까지 성장률과 수익성, 고객만족도에서 앞섰다. 그러나 중국의 베이징과 상하이, 일본의 나리타, 하네다 공항 등과의 허브 경쟁과 좀처럼 늘지 않는 환승률, 복합단지 투자유치의 부진은 인천공항의 숙제다. 오늘날의 공항은 쇼핑과 호텔업, 레저와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정비수요까지 흡수하는 사업다각화로, 복합기능을 갖춘 에어시티로 진화하고 있다.정부가 투자하고 공공부문이 운영하는 전통적인 지배구조와 경영방식도 변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민영화와 그룹화가 있다. 민영화 흐름은 미국의 규제완화법(1978)이 출발점이지만 지금의 변화는 유럽이 주도한다. 1997년 유럽연합(EU)의 항공시장 단일화로 허브화 경쟁이 불붙으면서 민간자본이 공항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독일 프라포트AG, 프랑스 AdP, 네덜란드 스히폴그룹이 3대 메이저로 자리 잡았다. 아시아에선 2009년 처음으로 싱가포르에 창이공항그룹이 등장했다. 글로벌 그룹들은 위탁운영과 컨설팅, 지분참여 등 다양한 형태로 사업을 확대하고, 자회사를 설립해 모기업의 투자위험을 분산한다. 1990년대 항공업계에 제휴그룹이 등장했듯이 2000년대 들어 글로벌 공항에서 나타난 신조류다. 인천공항은 이런 흐름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MRO는 수많은 구성품에 대한 접근성이 좋은 사업장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IAI와 SKT 간 조인트벤처로 시작되는 화물기 개조는 MRO 산업 한쪽의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세계시장 규모는 군용과 민간용 완제기 매출의 75% 수준만큼 늘었다. 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민간 운송용 항공기의 핵심사업은 엔진에 있다. 전체 정비비의 45% 이상을 차지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알짜배기다. 핵심기술을 보유한 전문기업들이 참여하는 엔진을 제외한 기체와 부품의 MRO에선 인건비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하늘을 날고 있는 3만 대 가까운 민항기의 MRO 사업자는 대략 3800개사다. 이 중 80%가 중소기업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기회에 정부는 공항의 사업다각화를 위해 규제를 풀고, MRO 산업을 어떻게 지원할지 고민해야 한다. 우선, 해외사업 진출의 걸림돌인 사업비 1000억원 기준과 예비타당성조사 방식을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 둘째, 사천 MRO 단지는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부품계열을 찾고, 상대적으로 유리한 군용기 MRO 사업으로 특화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국내 사업자에 대해서도 외국기업을 유인하는 만큼의 인센티브를 제공해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세제와 금융, 임대조건 등이 우호적이면 엔진 부문에서 기술잠재력이 풍부하고 항공기 구매자로 협상력이 있는 대한항공도 돈이 되는 사업에 망설일 이유는 없다.

세계 1, 2위의 MRO 사업자인 프라포트 AG와 AdP의 핵심엔 루프트한자와 에어프랑스-KLM이 있다. MRO 산업은 민간사업자가 경쟁우위를 확보할 지원책을 함께 마련하고, 공항은 제대로 된 인프라를 제공해야 성공한다. 기술과 노동력, 입지 경쟁력에 따라 일감을 주는 고객의 선택을 받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