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앞에선 핵·미사일, 뒤로는 원전기술 해킹…이게 북한 본색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북한의 해커조직에 뚫렸다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관련 자료와 함께 폭로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인 하 의원에 따르면 원자력연구원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커전문 조직 ‘킴수키’로 추정되는 IP로 해킹당했다. 접속한 13개의 IP가 활동한 기간과 해킹 목록은 알려지지 않았다.

국내 최고의 원자력 분야 국책연구기관인 원자력연구원은 원전과 핵연료의 핵심기술 등 국가보안과 직결된 기술정보를 갖고 있다. 탈원전 논란 와중에도 60년 넘은 국내 유일의 원자력 관련 종합 연구개발 기관으로서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기밀기관이다. 이런 기관에 백신 관련 국내 제약사들을 공격했던 북한 해커조직이 안방처럼 드나들었다니 어안이 벙벙해진다.해킹이 언제부터 자행됐고, 유출된 정보는 어디까지인지 조사할 게 무척 많을 것이다. 전모 파악과 함께 지난달 14일 국가정보원 사이버안전센터에 신고된 이후 하 의원이 폭로하기까지 한 달 넘도록 이런 중차대한 일에 정부가 왜 입을 닫고 있었는지도 규명돼야 마땅하다. 야당 의원의 기자회견이 없었다면 문정인 전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이메일 ID까지 발견된 ‘사이버 침공’에 대해 또 어물쩍 넘어갈 셈이었던가.

북한의 사이버 테러·공격이 처음도 아니다. 사이버 무기와 이를 통한 도발은 핵·생화학 무기와 더불어 1990년대 이후 북한이 전력투구해온 이른바 3대 비대칭 전력이다. 특히 김정은 집단의 사이버 공격 역량은 대한민국을 넘어 국제사회의 다양한 분야를 공략할 정도가 됐다. 그래도 미국 정보당국이 경고했던 대로 ‘제1의 목표물’은 한국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핵심 국가 기밀을 다루는 국책 연구기관의 보안 실상에 대해선 엄중한 감사와 책임규명, 대책수립이 뒤따라야 한다. 국책연구소부터 국방부까지 대북 대응체제의 ‘나사’가 풀린 건지, 아예 없는 건지 딱하기만 하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제라도 북한 실상을 제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앞으로는 핵과 미사일을 드러내놓고 개발하면서 뒤로는 원전 해킹을 하는 게 북한의 실체다. 그들의 대남전략과 일관된 공격이 이젠 놀랍지도 않다. 놀라운 것은 이 와중에도 “대북 식량 협력” “백신공급 협력 적극 추진” 운운하며 감싸고 매달리는 대한민국 정부다. 통일부 장관 정도가 아니라 대통령까지 이러니 북한이 쉽게 변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