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쉬었는데 재산세 폭탄"…유흥업계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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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왜 유흥주점만 유독 차별을 받아야 합니까. 모든 업종을 통틀어 가장 긴 기간 영업을 중단하고 정부 방침에 열심히 협조했는데도 각종 지원대책에서 제외됐습니다.”
"차별 해소" 외치는 유흥주점들
423일 최장 휴업 업종인데…
코로나 지원서 번번이 제외
재산세 중과세는 그대로 적용
"작년과 올해는 稅감면해야"
"고위험시설엔 엄격해야" 지적도
서울 길동에서 찬스나이트클럽을 운영하는 박철우 대표는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나이트클럽, 룸살롱 등 서울 유흥주점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2월부터 423일째 휴업 중이다. 사실상 1년5개월째 매출을 올리지 못해 폐업 위기에 몰리고 일부 업주는 극단적 선택을 할 정도로 유흥주점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정부가 외면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하지만 유흥주점을 정부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것과 관련해선 여전히 논란이 많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적이 있는 고위험 시설인 데다 국민 정서상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한국경제신문은 지난 18일 서울 수유역 인근에 있는 샴푸나이트에서 박 대표를 비롯해 김기준 상봉동 한국관 대표, 박명근 수유 샴푸나이트 대표, 손지환 수유 한국관 대표, 장주원 역삼동 프렉스 대표, 최원봉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사무총장, 한창 상계동 호박나이트클럽 대표 등 7명을 만나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의견을 들어봤다.
“재산세 중과세는 부당”
유흥주점 대표들은 유흥주점이 정부 정책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 유흥주점은 2만7000여 곳에 달한다. 김 대표는 “코로나19와 관련한 정부 지원대책에서 유흥주점은 번번이 제외됐다”며 “세금 및 종합소득 환급, 재난지원금, 착한임대인, 대출 지원 및 유예, 4대 보험료 인하 등 어느 하나 해당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국민 정서에 반한다’는 이유로 유흥주점을 방치하고 있다”며 “정부의 허가를 받고 방역지침을 준수하고 있는데도 무조건 불법 퇴폐업소로 싸잡아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은 억울하다”고 토로했다.영업 중단 기간에 유흥주점 한 곳에 들어가는 고정비용은 월 1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찬스나이트클럽은 △임차료 5000만원 △관리비 700만원 △직원 4대 보험료 300만원 △직원급여 2000만원 등 월 92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박 대표는 “이 와중에 재산세 중과세까지 종전대로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지난해와 올해 재산세 중과세는 면제 또는 감면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동안 유흥주점 건축물은 일반 재산세율보다 높은 4%의 중과세율을 적용해 재산세를 부과해왔다. 일반 영업용 건축물의 재산세 세율은 0.25%다. 최근 국회에서 지방세특례제한법을 개정, 감염병 발생 시 유흥주점의 재산세 중과분을 감면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마련했다. 인천시, 울산시, 경북 경주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감면을 검토 중이다. 장 대표는 “서울에선 재산세 중과세 감면 계획을 물어봐도 대답이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흥주점에 대한 재산세 중과세 감면의 필요성을 아예 모르는 것은 아니다”며 “자치구 차원에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고위험 시설에 정부 지원 적절치 않아”
일각에선 고위험 시설인 유흥주점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아직 코로나19 확산세가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고위험시설 이용을 권장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다. 전남 순천에서 19일 유흥주점발 감염으로 추정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2명 추가됐다. 한 직장인은 “유흥주점은 생활 필수영역으로 보기 어렵다”며 “환기가 안 되는 밀폐된 공간에 여러 사람이 모였다가 집단감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이에 대해 박명근 대표는 “거리두기와 수용 인원 제한, 환기 등을 엄격하게 지키는 곳엔 영업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밤 10시까지 운영 가능한 일반음식점, 술집과 달리 유흥주점은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집합금지로 문을 열지 못했다. 한 대표는 “정부가 유흥주점만 차별하는 것은 내년 선거를 의식해 특정 업종을 고립시키는 행태”라며 “틀어막기만 하면 도리어 불법 영업이 늘어난다”고 강조했다.정지은/최한종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