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뚫은 장사의 신…5가지가 달랐다
입력
수정
지면A1
한경·비씨카드 300만 자영업자 빅데이터 분석요리 경력 14년의 조성욱 씨(44)와 디자인을 전공한 병욱씨(41) 형제가 서울 목동에 숯불닭갈비집(팔각도)을 창업한 날은 2019년 크리스마스이브였다. 창업의 희망에 부풀어 있던 조씨 형제는 불과 한 달 뒤 전대미문의 코로나19가 닥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1) 공간의 재창조
(2) 끊임없는 공부
(3) 기본에 충실
(4) 직원에 투자
(5) 과감한 변신
출구조차 보이지 않을 것 같던 2020년 1년, 형제는 음식과 서비스라는 기본에 집중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배달 없이 저녁 장사만으로 테이블 13개에서 월평균 8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죽을 각오’로 일에 매달린 형제는 월 매출 1억원을 찍은 지난해 7월 고락을 함께한 직원 네 명에게 보너스 50만원씩을 지급했다.20일 한국경제신문은 비씨카드와 공동으로 전국 300만 비씨카드 가맹점(프랜차이즈 제외)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장사의 신(神)’ 100곳을 선정했다. 2019년 이후 지난달까지 월평균 매출(비씨카드 결제 기준)이 1000만원 이상이면서 코로나19가 닥친 지난해에도 매출이 늘어난 업체 순으로 집계했다.
격리와 비대면 등 음식업에 최악이나 다름없던 환경에서 오히려 성장을 달성하며 코로나19를 이겨낸 장사의 신들에 대한 분석에서 가장 흥미로운 결과는 100곳 중 43곳이 2019년 창업한 신예라는 점이다. 2017년 이후 개업한 이들까지 포함하면 ‘창업 신인’ 비중이 69%에 달한다.
서울 익선동에 있는 ‘온천집’이 대표적이다. 30년 가까이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다 2019년 12월 창업한 유미영 씨는 코로나19 격리에 지친 소비자의 ‘여심(旅心)’을 사로잡으며 지난해부터 월평균 매출 2억원대의 대박을 터뜨렸다. 창업학 박사인 강병오 중앙대 겸임교수는 “기존 문법이나 관행에 사로잡히지 않은 신참자들이 오히려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며 새로운 트렌드(유행)에 적응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약 한 달간 심층 인터뷰한 결과 ‘장사의 신’들이 들려준 성공 방정식은 ‘5대 DNA’로 집약됐다. △맛(味) △멋 △노(勞) △인(人) △변(變)이다. 음식 등 기본에 집중하고, 공간에 진심을 다하며, 공부와 사람에 대한 투자로 변화를 적극 수용한 이들이 코로나19를 돌파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올 하반기 이후 음식업을 비롯한 소상공인에게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찾아올 것으로 진단한다. 팬데믹(전염병 대유행)만큼 포스트 코로나 변화에도 빠르게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비씨카드 분석 결과 118개 음식업종(산업분류표 기준) 중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플러스를 기록한 업종은 도시락, 야식, 스테이크, 홍어, 민물장어 전문점, 애견카페 등 7개에 불과했다.
박동휘/박종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