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헌의 마중물] 취임사 VS 퇴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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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최고 경영자이든 임원, 팀장이든 리더로서 만약 새로운 직책에 보임된다면 당신이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어떤 말을 하고 무엇을 실천하고 싶은가? 그것이 취임사다. 취임사를 쓸 때는 퇴임사를 고려하고 써야 한다. 마치 우리가 책을 보다보면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같은 책 속에 있듯이 취임사와 퇴임사는 시차는 있지만 항상 나란히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코칭대화를 나눈 리더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었다. 은퇴한 선배들을 만날 때 그래도 지장(智將),용장(勇將),덕장(德將) 등으로 나누어 본다면 덕장이었던 선배와 만남이 가장 편안하더라는 것이다. 어쩌다 결혼식장 등에서 만나더라도 피하고 싶은 상사는 되지 말아야 하겠다고도 말했다. 또 다른 리더는 같이 있으면 기분이 좋았던 상사였고, 회사에서 자신을 성장시켜준 선배가 먼저 생각난다고 했다. 리더들과 대화를 하다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느 날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였다. 어떤 분은 새롭게 CEO가 되었고, 어떤 분은 임원으로 발탁이 되었다. 자신의 조직운영 철학을 구성원들에게 취임사로 표현해 주세요.” 이에 대한 일부 리더들의 사례 요지다. 각자 상황이 다르더라도 리더로서 미리 보는 취임사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모 병원의 A대표 원장의 미리 보는 취임사이다. “제가 여러분과 함께 몸담고 있는 병원과 우리 구성원이 나아가야 할 본질을 다시 한번 보게 되었습니다. 병원이 호텔과 음식점의 서비스 부분과 유사하지 않을까요? 호텔 신라의 미션과 비전 그리고 백종원 대표가 운영하는 더본 코리아의 경영철학을 보면 우리가 나아갈 모습이 보입니다. <진실한 치료를 서비스하는 병원>과 환자 경험 즉 VOC(voice of customer)를 반영하는 병원으로 함께 만들어 가겠습니다. VOC를 그대로 읽으면 복(福)이 됩니다.”
B는 CEO의 취임사를 미리 써본다는데 매우 설레인다고 했다. 그는 중국 한비자가 군주(리더)의 등급을 상급, 중급, 하급으로 나눈 내용을 인용했다. “하급의 리더는 자기의 능력을 다하고, 중급의 리더는 다른 사람의 능력을 다하게 하고, 상급의 리더는 다른 사람의 지혜를 다하게 한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리더가 되고 싶습니까? 또한 여러분이 생각하는 우리 조직의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요? 저는 CEO로서 앞으로 여러분과 함께 조직과 개인의 능력과 지혜를 펼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의 언행일치를 지켜봐 주십시오.” C는 임원이 된다면 다음과 같이 실천하겠다고 했다. “임원으로서 신장하는 조직이 되어 회사의 성장에 이바지하겠습니다. 조직 구성원들에게 목표달성 체험을 하게하여 성공의 맛을 알게 하며, 확실히 동기부여헤 목표를 달성하는 DNA를 심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이 늘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노력하여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하도록 할 것입니다.기업 현실이 전쟁터입니다. 근무시간 동안 회사의 목표가 나의 목표이고, 임원이 하고자하는 데 믿고 따라주시면 전쟁에서 승리하고 여러분도 의미와 보람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일단 취임사를 쓰려면 회사의 미션과 비전에 대해 조직 구성원과 어떻게 공유하고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 조직의 당면과제와 이슈에 대한 진단과 해결책도 제시해야 할 것이다.그리고 그것을 조직 구성원과 얼마나 진정성 있게 공유하여 그들의 마음을 얻을 것인가? 필수적인 요건이다.
상기 사례에서 자신의 업종과 유사한 타 회사를 비교해 자신의 조직에서 실천하도록 유도한 취임사도 매우 인상적이었고, 조직 구성원들이 어떤 리더로 성장하면 좋을지 제시하고 자신의 언행일치 다짐도 좋았다. 한편 조직 구성원들의 목표달성 체험 기회를 주겠다고 하면서 자신을 믿고 따라주기를 희망하는 솔직한 메시지도 좋았다. 리더들이 상위 직책 취임사를 작성하는데 지금과는 상황이 좀 다르지만 의지의 표현이란 점에서 제갈량의 출사표(出師表)가 도움이 될 것이다. 서기 227년 제갈량은 위나라를 치기 위해 불벌 준비를 마치고, 출정하기 앞서 촉나라 황제 유선에게 표문을 올리니 이것이 출사표이다. 나라를 위한 걱정으로 유비의 뜻을 잊지 않고 노력하고 있으며, 지난날을 회상하며 지금 실행에 옮길 때임을 겸손한 자세롤 가슴절절하게 전하고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다음과 같은 말도 참고가 되리라 본다. 여기 자신보다 더 우수한 사람들을 주변에 모이게 할 줄 알았던 사람이 잠들다(Here lies a man who knew how to enlist the service of better men than himself, 앤드류 카네기) 제 아무리 어려운 일도 작은 일 들로 쪼개면 별로 어려울 것이 없다(Nothing is particularly hard if you divide it into small jobs, 헨리 포드) 부족한 것은 자본이 아니라 비전이다(Capital isn't scarce; vision is, 샘 월튼)
이제 취임사를 썼다면 이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실천할까? 환경이 바뀌어 수정할 필요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언젠가 퇴임 시 다시 취임사를 소환해서 회상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해 보면 좋겠다. 취임사를 얼마나 실천하였는가? 이것이 당신 리더십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김영헌 (경희대 겸임교수, 前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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