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명이 보는데"…BTS 김치 홍보에 '파오차이' 자막 웬말 [이슈+]

방탄소년단, '달려라 방탄'서 백종원과 김치 만들기
네이버, 중국 자막에 김치 아닌 파오차이로 번역
"1억명 한류팬들 오해할라…반드시 시정해야"
'김치'를 '파오차이'로 표기한 네이버 V라이브 웹예능 '달려라 방탄' /사진=반크 제공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출연한 웹예능 '달려라 방탄'에서 중국어 자막으로 김치가 파오차이라 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K팝 팬이 급증한 상황에서 자칫 잘못된 문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지난 15일 방송된 네이버 브이라이브방송 '달려라 방탄'에서는 방탄소년단이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함께 김치를 담그는 모습이 그려졌다.이날 방송에서 백종원은 "배추로 빨리 담글 수 있는 김치를 만들자"며 수차례 '김치'를 언급했고, 멤버들은 팀을 나눠 배추겉절이와 파김치를 만들었다.

한글 자막 역시 '김치'라고 나갔지만 문제는 중국어 자막이었다. 중화권 팬들을 위해 중문 자막을 서비스한 네이버는 '김치'를 '파오차이'라고 번역했다. 백종원과 방탄소년단 멤버 그 누구도 파오차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중국어 자막은 김치가 아닌 파오차이로 표기됐다.

앞서 중국은 동북공정의 일례로 파오차이를 김치의 기원으로 주장해 공분을 산 바 있다. 지난해 11월 파오차이가 국제표준화기구(ISO)에 채택되면서 중국의 무리한 문화공정은 더욱 심해졌다.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파오차이 제조법이 국제표준화기구 김치 표준에 맞춰 만들었고, 그 국제 표준은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주장했다.하지만 김치와 파오차이에 대한 정의 자체가 다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파오차이는 배추류, 겨자 줄기, 롱빈(줄콩), 고추, 무, 당근 등을 소금에 절인 '염장' 채소 음식이다. 반면 김치는 배추에 고춧가루, 마늘, 생강, 파, 무 등으로 만들어진 혼합 양념으로 버무려 발효시킨 음식이다.

최근 중국이 자신들을 김치 종주국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이기에 '김치'를 '파오차이'로 명시한 네이버 측에 네티즌들은 더욱 분개하고 있다.

이에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는 21일 '달려라 방탄'을 언급하며 "이날 현재 460만 조회수가 넘을만큼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문제는 BTS의 영향으로 많은 사람들이 본 이번 방송이 네이버에서 운영하는 서비스를 통해 김치가 파오차이로 번역돼 전 세계로 홍보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어 "파오차이는 중국 쓰촨성의 염장 채소를 말하며, 피클에 가까운 음식이다. 하지만 중국은 김치를 파오차이라고 왜곡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김치를 파오차이로 왜곡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유명 포털사이트인 네이버가 김치를 파오차이로 번역해 방송하는 것은 큰 문제다"고 비판했다.
'김치'를 '파오차이'로 표기한 네이버 V라이브 웹예능 '달려라 방탄' /사진=반크 제공
반크는 "김치가 중국어로 '파오차이'로 번역된 것을 방치하면 방탄소년단이 파오차이를 홍보한 것으로 이용될 수 있기에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네이버 측은 문체부와 농림부의 외국어 번역과 표기 지침을 참고해 번역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15일 제정된 훈령의 제10조 '음식명'에서 중국어 관련 4항은 '중국에서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음식명의 관용적인 표기를 그대로 인정한다'고 규정했고, 그 예로 김치찌개를 들면서 김치를 파오차이로 표기했다.이와 관련해 반크는 "지난해 12월 김치를 중국음식 '파오차이'로 번역한 문체부 훈령 제427호를 바로 잡아달라고 요청했지만, 문체부는 현재까지 6개월이 지나도록 해당 훈령을 개정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해당 콘텐츠를 방치하면 세계 1억 명의 한류팬이 김치를 중국 음식으로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뿐만 아니라 BTS가 파오차이를 홍보하는 꼴이 되기에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크 측은 '달려라 방탄'에 나오는 김치의 표기를 파오차이 대신 '신치'(辛奇)로 바꾸거나, 김치 고유명사 그대로 수정할 것을 네이버에 요청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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