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 '탄핵의 문' 열리나…정치권 초당적 추진 움직임

20여개 사유 들어 탄핵 요구서 준비…학계도 탄핵 지지 가세할듯
브라질 정치권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 추진을 위한 초당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좌파·중도좌파 정당은 물론 범여권에서 발을 뺀 정당들까지 가세한 가운데 탄핵 요구서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이들 정당은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 요구서 작성을 위해 20여 가지 사유를 정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실 대응과 군 인사권 전횡, 연방경찰 수사 개입 등 대통령의 책무를 저버리고 국정을 독단적으로 운영한 사례가 망라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진행 중인 상원의 코로나19 국정조사와 탄핵 찬성 의견이 우세하게 나온 여론조사 결과도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집권 2년 반 만인 지금까지 하원에 제출된 탄핵 요구서는 121건에 달한다.

브라질 헌법상 대통령 탄핵 절차 개시 여부는 하원의장의 결정에 달렸다. 탄핵이 이뤄지려면 하원에서 전체 의원 513명 가운데 3분의 2(342명) 이상, 상원에서 전체 의원 81명 중 3분의 2(54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브라질에서는 1950년 헌법에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 조항이 포함된 이후 지금까지 1992년 페르난두 콜로르 지 멜루 전 대통령과 2016년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등 두 차례 탄핵이 이뤄졌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아르투르 리라 하원의장은 그동안 탄핵 추진 여건이 되지 않는다거나 탄핵 요구서 검토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판단을 미뤄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사망자가 50만 명을 넘고 3차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여론이 극도로 악화하자 조금씩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리라 의장은 지난달 말 라디오 방송 인터뷰를 통해 "탄핵은 하원의장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국민적 합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밝힌 데 이어 전날엔 "모든 것은 헌법에 달렸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여론의 압력이 계속되면 탄핵 추진 절차를 개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학계에서도 보우소나루 탄핵을 지지하는 의견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상파울루대학 하파에우 마페이 교수(법학)는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와 인터뷰를 통해 "보우소나루 탄핵 추진을 주저할수록 법과 제도를 위기에 빠뜨릴 위험이 커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우소나루가 현재와 같은 독단적인 행태를 계속하도록 내버려 두면 내년 대선에서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패배 후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올해 1월 초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을 유도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 내년 대선을 전후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