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기업 문화와 비슷한 빅테크기업 [김재후의 실리콘밸리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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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이야기(上)안녕하세요. 김재후 한국경제신문 실리콘밸리 특파원입니다. 지난 3주 동안 팬데믹 기간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미국 벤처캐피털(VC)들의 투자 형태와 현재의 투자 트렌드에 대해 집중적으로 짚어봤습니다. 조금 무거운 주제로 만나봤는데, 그래서 오늘 뉴스레터에선 조금은 재밌는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 중 한 곳의 기업 문화를 짚어볼 건데요. 한국의 '서학개미'들도 많이 투자하고 있는 테슬라가 바로 주인공입니다. 이 회사는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의 기이한 행동으로도 유명한데, 옆에서 보고 듣다 보니 이 회사는 CEO가 유명한 것 외에도 한국의 (과거) 기업 문화와 닮은 부분도 많았습니다. 어떤 게 있는지 오늘과 다음편 뉴스레터를 통해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혹시나 뉴스레터에서 언급되는 실리콘밸리의 관계자들은 모두 익명임을 다시 알려드립니다. 여기선 개별 인터뷰가 금지돼 있습니다.
무료 구내식당이 없다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은 멋지게 꾸며놓은 무료 구내식당을 비롯해 직원들에게 많은 복지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기사와 유튜브에 이런 시설들이 많이 소개되기도 했을 정도였습니다. 구글은 유명한 요리사를 채용하기 위해 보도자료까지 낸 적이 있으며, 세계 많은 국가들의 음식도 준비해놓습니다. 무료(직원)이며, 직원뿐 아니라 직원의 친구까지 초대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미국식과 아시안 음식 위주로 제공되며 하루 세끼를 무료로 먹을 수 있습니다. 테이크 아웃도 무료로 가능합니다. 사내 카페나 자판기에서 무료 음료도 무제한 제공됩니다. 이 밖에도 무료 세탁소를 운영하거나 운동을 할 수 있는 피트니스센터 등도 제공하는 곳이 많습니다.하지만 테슬라에선 이런 게 불가능합니다. 팰로앨토에 있는 테슬라 본사 내엔 무료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이나 카페가 없습니다. 세탁소도 피트니스센터도 없습니다. 음식은 돈을 내야 사 먹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테슬라 본사 직원들은 점심시간마다 회사로 찾아오는 푸드트럭에서 음식을 사 실내외에 마련된 테이블에 놓고 식사를 합니다. 가격은 보통 한 끼에 10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베트남이나 태국 등의 음식이나 일식 한식 햄버거 등의 푸드트럭이 매일 찾아옵니다. 식사를 마친 뒤엔 출입구와 가까운 자리에 위치한 1층 커피숍에 가서 돈을 내고 커피를 사 마셔야 합니다. 가격도 회사 밖과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식당과 음료를 우선 예로 들었지만, 테슬라 직원들의 복지 혜택은 없다고 봐도 됩니다. 테슬라 직원들이 "복지는 없다고 봐도 된다. 연봉이 복지의 전부"라고 할 정도입니다. 물론 우리 기준으론 연봉이 많지만, 비교군인 다른 빅테크 기업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심지어 테슬라 직원은 테슬라 전기차를 사도 지원되는 게 거의 없습니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 회사들은 직원 할인 제도를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테슬라 직원들이 테슬라 차를 산다고 해도 적용되는 할인이 없습니다. 다만 할부로 차를 구입했을 때 무이자가 아니라 금리를 조금 깎아주는 수준은 해준다고 합니다. 그나마 "거의 없다고 봐도 되는 수준"의 이자 할인이라고 하는 게 테슬라 직원들의 얘깁니다.한국과 비슷한 셔틀버스가 있다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은 대부분 직원들의 출퇴근을 위해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버스와 달리 '럭셔리'하다는 게 특징입니다. 버스 안에는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는 시설이 있고, 자리가 보통 버스보다 넓고, 쾌적하게 개조됐습니다. 출퇴근시 안락하게 간단한 업무를 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자 하는 취지입니다. 물론 테슬라도 셔틀버스를 운행합니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한국에서도 잘 보이는 일반적인 셔틀 버스입니다. 버스 외관에 'Tesla'라는 표시도 없습니다. 테슬라의 셔틀버스는 팰로앨토의 본사도 일부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프리몬트(Fremont)가 주 종착지이자 출발지입니다. 프리몬트는 새너제이 북동쪽에 위치한 도시인데, 이 도시에 테슬라의 미국 공장이 있습니다. 이곳 근로자들을 위해 새벽 2시부터 셔틀버스가 움직입니다. 테슬라 공장은 하루 24시간 주말에도 멈추지 않고 돌아갑니다. 주문이 밀려서입니다. 그래서 테슬라 근로자들이 새벽에 출퇴근할 수 있도록 테슬라에서 먼 도시인 스톡턴(Stockton)이나 살리다(Salida)까지 운행합니다. 이들 도시는 프리몬트 공장에서 거리가 100㎞가 넘습니다. 참고로 팰로앨토 테슬라 본사 건물 주차장엔 테슬라 차들이 주로 주차돼 있습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테슬라 직원들의 차입니다. 하지만 다른 브랜드의 차들도 본사 주차장에 있습니다. 테슬라 비율이 높고 충전기가 있는 테슬라 전용 주차장이 본사 건물 바로 앞에 있는 걸 제외하고는 다른 차를 운행해도 전혀 불편이 없다고 합니다.야근 필수...본사 직원이 신차 출고도
미국 기업에선 야근이 없을 것 같지만, 실리콘밸리의 기업들도 야근을 실시합니다. 뉴스 등에선 칼퇴근을 하고 여유로운 직장생활을 하는 것 같이 묘사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자신이 맡은 업무가 끝나지 않거나 데드라인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테슬라는 그 중에서도 야근이 많은 회사로 여기선 알려져 있습니다. 공장은 '풀가동'되고 있으니 본사 직원들 얘기입니다. 테슬라의 신차가 개발되고 있거나 출시를 앞두고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관련 부서 직원들은 야근을 합니다. 물론 야근수당 등은 없습니다. 지난 뉴스레터 '연봉편'에서 알려드린 대로 주식을 포함해 계약된 연봉을 받는 게 전부입니다. 테슬라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갑니다. 테슬라 본사 직원들도 위의 열거한 이유들로 야근을 합니다. 다만 맡은 업무가 아닌 경우에도 직원들이 동원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게 테슬라 신차 출고 작업입니다. 세계적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이 회사는 분기마다 연말마다 목표 출고 대수를 발표합니다. 물론 이 회사의 CEO인 일론 머스크의 입을 통해서죠. 테슬라는 작년 말 목표 출고대수를 맞추기 위해 공장에서 테슬라 신차가 나오면 본사 직원들까지 포함해 신차 배달 모집 공지를 냈습니다. 머스크 CEO는 작년 50만대 출고를 목표했는데, 연말에 49만대 수준에서 머물러 있었기 때문입니다. 프리몬트 공장에서 갓 나온 차를 미국의 독자에게 인도해 목표 대수인 50만대를 돌파하기 위해 본사 직원들의 힘을 빌린 것입니다. 당연히 본사 엔지니어나 오피스 직원들의 업무는 아닙니다. 결국 테슬라는 작년 50만대 출고의 목표엔 못 미치지만, 49만9550대 출고란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몰론 작년 이 공지사항에 대한 수당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야근 수당을 주지 않는 미국 기업이라도 이런 업무엔 '베네핏'을 줬던 것입니다. 다른 이야기들은 다음주 뉴스레터(테슬라 이야기 下)에서 계속하겠습니다.메일 독자님들, 오늘도 즐겁게 하루를 시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주 수요일엔 제가 쓰는 마지막 뉴스레터가 될 것 같습니다. 제가 한국 본사로 복귀합니다. 제가 복귀하고 난 뒤엔 후임자가 더 알찬 내용으로 시즌2의 모습으로 찾아뵐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주 마지막 뉴스레터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즐거운 한 주 되십시오. ※이 기사는 한경 뉴스레터 서비스로 가입한 이메일로 오늘 출근 전에 제공됐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면 한경 뉴스레터(https://plus.hankyung.com/apps/newsletter.list)에서 이메일 주소만 넣어주시면 됩니다.
실리콘밸리=김재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