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30만원 받자고 300만원 더 쓰겠나"…'카드 캐시백' 논란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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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新 소비 장려 방안 '신용카드 캐시백' 추진
소비 장려 안 해도 늘어날 텐데…굳이 '캐시백'까지
"현금 살포식에 '고소득층' 혜택으로 소비 진작 효과 미미"
"나 같이 일정한 소득이 없는 사람에겐 실효성이 전혀 없다. 굳이 돈 잘쓰는 사람에게 왜 돈을 주자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서울 구로구 거주 프리랜서 이모씨(27세)정부가 소비를 장려하겠다면서 '신용카드 캐시백' 정책을 내놨다. 올해 3분기 신용카드 사용액이 2분기보다 많을 경우 사용 증가분의 일정 비율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의 소비 장려 정책을 추진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일반인들과 업계에서는 신용카드 캐시백 정책을 두고 벌써부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으면서 하반기 내수 회복 속도가 빨라질텐데, 굳이 정부까지 나서서 현금을 돌려줄 필요가 있냐는 얘기다. 때문에 해당 정책이 발생시키는 새로운 소비 효과는 극히 적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신용카드의 경우 워낙 소비를 많이 하는 중산층, 고소득층 계층의 사용이 크기에 코로나19 이후 소비가 큰 폭으로 줄어든 저소득층의 소비를 독려하기 힘들다는 점도 한계점으로 꼽힌다.
"매달 사용하는 일정 금액이 있기 때문에 30만원 받자고 이번 달보다 다음 달 300만원을 더 쓸 것 같진 않다. 정부가 세금을 허투루 쓰고 있단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경기 부천시 거주 직장인 김모씨(56세)
카드 사용 증가분 10% 환급?…"필요도 없고 효과도 없다" 지적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를 회복시키고자 2차 추가경정예산에 '신용카드 캐시백' 정책을 도입을 추진 중이다. 소비가 늘어날수록 모이는 세금을 포인트로 돌려줌으로써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게 목표다.신용카드 캐시백 규모는 직전 분기 대비 늘어난 카드 사용액의 10%를 최대 30만원까지 돌려주는 방안이 유력하다. 여당은 캐시백 한도를 1인당 최대 50만원으로 두자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부는 최대 30만원까지 제한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2분기에 50만원을 카드로 결제한 사람이 오는 3분기 300만원을 결제하면 차액 250만원 중 25만원을 카드 포인트로 되돌려주는 형식이다. 정확한 비율과 한도는 아직 논의 중이다.이번 신용카드 캐시백은 현금을 지급하는 예산 지원으로 세제 지원 방식과 다르다. 국민 입장에선 연말정산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3분기에 소비를 늘리는 사람은 세제 지원과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그러나 정부의 신용카드 캐시백 정책을 두고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시기상의 오류다. 최근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내수 회복 속도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를 감안해 앞서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0%로 상향하기도 했다. 내수 경기가 보복소비 수요 증가로 자연스레 회복될 것이 예상되는 만큼 캐시백이 직접적으로 창출할 효과는 매우 적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연히 일어나는 일에 굳이 세금까지 투입하는 비효율을 감당해야 하냐는 것이다.코로나19 타격으로 소비 여력이 크게 줄어든 저신용·저소득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정책이란 점도 새로운 소비를 끌어낼 가능성이 적다고 보는 요소다. 신용카드의 경우 상대적으로 소비 여력이 큰 중산층, 고소득자가 주로 사용하는 결제 수단이다. 저신용·저소득자는 소비 여력은 물론 신용카드 발급 자체가 어렵다는 제한점을 가진다. 코로나19로 소비가 크게 줄어든 계층의 소비 진작이 아닌, 계속해서 소비해온 계층에게 소비를 하라고 부추기는 '의미 없는'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백신에 의한 감염 확산 통제로 올 하반기 대면 소비 증가에 따른 내수 회복 효과가 있을 것이기에, 이를 고려하면 해당 정책은 유용성이 높다고 보긴 어렵다"며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계층이 배제될 가능성이 높은 정책이기에 새로운 소비를 이끌어내는 효과도 적을 것이라 본다"고 분석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신용카드를 많이 쓰는 중산층, 고소득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지원 정책"이라며 "소비가 늘고 있는 현시점에서 필요성이 매우 적은 정책"이라고 진단했다.
통화·재정정책 '엇박자' 우려도…카드사조차 '난색' 보여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재정지출 확대 정책 자체가 옳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30조원이 넘는 초과 세수가 발생했더라도, 그간 증가해온 국가부채를 메꾸거나 승수 효과가 높은 분야에 투입하는 게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한은의 입장에선 출구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기에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간 '엇박자'가 나타날 것이란 우려도 있다.한은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강명헌 단국대 명예교수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 인상과 출구 전략을 논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금 살포식, 그것도 고소득층의 소비를 독려하는 정책을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초과 세수가 있다면 국가부채 증가분을 갚거나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저소득층에게 핀셋 지원을 해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조언했다.정책 도입에 따라 실행에 나서야 하는 카드사들조차 난색을 보이는 모양새다.
정부가 지난해 재난지원금 정책과 같이 영세·중소가맹점에 한해서 혜택을 제공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이렇게 되면 연매출 30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의 경우 우대수수료율(0.8~1.6%)을 적용하고 있는 카드사 입장에선 역마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재난지원금이 지급됐을 당시 80억원가량의 손실을 봐야 했다.여기에 정책 도입에 따른 캐시백 관련 시스템 개발, 망 연결, 서버 증설 등에 들어가는 비용도 모두 카드사 부담이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정책에 따라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재난지원금 당시에 쓰면 쓸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는 물론 망 깔고 서버 만들고 하는 비용까지 들어가면서 큰 손실을 봤기 때문에, 이번에도 재무적인 이익은 거의 없을 것이라 본다"며 "정책이 내려오면 진행하겠으나 반길 일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