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멈춰 섰던 북한 외교가 서서히 시동을 거는 모양새여서 주목된다. 최근 해외에 주재하는 북한 외교관 상당수가 주재국의 조치로 백신을 맞으면서 외교활동에 나선 것으로 22일 전해졌다.
북한은 그동안 코로나19를 이유로 해외 주재 외교관들의 외부인 접촉과 활동을 금지했으나 해제령이 내려진 셈이다.
특히 최근 들어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외교적 문을 열어야 한다는 요청이 잦아지면서 북한당국의 고민도 깊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지난 2월 주북 중국대사를 왕야쥔(王亞軍)으로 교체했음에도 북한의 봉쇄로 부임이 늦어지고 있다.
올해 초 교체된 리룡남 신임 주중 북한대사는 이미 지난 4월과 5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면담했지만, 왕 대사는 아직도 북한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러시아 당국도 올해 초 북한 주재 외교관들을 항공편으로 귀환시키려 했으나, 북한의 반대로 항공기를 이용하지 못해 결국 외교관들이 직접 수레를 밀며 국경을 통과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경제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외교적 역량 강화 필요성을 절감한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봉쇄를 점진적으로 풀고 서서히 대면 외교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북한은 21일 코로나19 이후 평양에서 중국과 첫 대면 외교에 나섰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우리나라를 방문한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습근평 동지와 상봉하신 2돌을 기념하여 21일 우리나라 주재 중화인민공화국 대사관에서 사진 전시회가 진행됐다"고 22일 보도했다. 사진 전시회에는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장과 문성혁 국제부 부부장, 박명호 외무성 부상, 류은해 대외경제성 부상 등이 초대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북한 당국자들이 자국에서 열린 외국 대사관 행사에 참석한 것은 처음으로, 사실상 북한 영내에서 첫 대면 외교가 이뤄진 것이다.
이를 계기로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안전한 방역 수준을 전제로 점진적인 대면 외교나 항공편 재개 등에 나설 수 있다.
당장 다음 달 1일 중국 공산당 100주년 기념행사가 성대히 열리고 북한 고위 인사 참석 가능성도 있다.
북한 고위 대표단의 행사 참석이 이뤄진다면 대면 외교의 수위가 한층 높아질 수 있다.
사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달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식량 형편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특단의 대책을 세우려는 상황에서 전통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와의 교류와 지원은 더는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이 그동안 코로나19로 외국인의 출입과 접촉을 철저히 통제하고 육지와 해상, 상공 모두를 차단하는 '봉쇄 방역'에 매달렸으나 중국과 첫 대면 외교를 계기로 빗장을 열고 나아가 미국과 대화에도 나설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