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겪은 뒤 미국 판매직 이직 통계작성 후 최고치

4월에 65만명…저임·고객갑질 등 불만 폭발
경기부양책에 구인 늘자 이직·직업전환 모색 급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국에서 일자리를 옮기는 판매직 직원들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올해 4월에 미국 소매판매 업종에서 사직한 이들의 수는 64만9천명으로 노동부가 20여년 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월단위 규모로는 가장 많았다.

미국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가동해 기업들의 고용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백만명이 기존 일터를 떠나는 가운데 판매직 노동자들의 이동은 거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WP는 판매직 노동자 수십명을 인터뷰한 결과 이직 사유가 저임금, 인력부족, 고객들의 갑질, 보건 위험 등에 있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판매직 직원들의 노동조건이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 기간에 악화했다는 점, 경기부양으로 더 나은 일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을 함께 주목했다.

미국 내 1천500만명에 달하는 판매직 노동자들이 대중교통 출퇴근과 육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자리의 불안정성을 체감한 뒤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업체들은 규모를 불문하고 경기호전을 예상해 노동자들을 유치하려고 대학교육 지원 같은 특전을 미끼로 던지고 있다.

팬데믹 초기에 매출에 큰 타격을 받은 의류와 같은 비생필품 판매업종이 경기회복에 따라 구인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소매업보다 많은 임금을 주는 부동산, 전문 서비스업, 금융, 보험 등 업종에서도 제품 수요의 증가를 예상해 고용을 늘리고 있다. 레베카 기번 럿거스대 노동학 교수는 "많은 판매직 일자리 사례를 보면 급여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임금 미만이고 노동시간은 불규칙하고 불충분하다"며 "그런 일자리는 팬데믹 때문에 훨씬 더 지속 불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일자리 사이트 '집리크루터' (ZipRecruiter)의 노동경제 전문가 줄리 폴락은 "노동시장에서 공급이 빠듯할 때(사람이 모자랄 때) 저임금 노동자들 사이의 대이동이 자주 목격된다"고 말했다.

폴락은 "한 시간에 12달러를 받다가 옆 동네에서 12.5달러를 준다고 하면 그리 건너가지 않을 이유가 있겠느냐"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판매직 노동자들의 대규모 이직이 소매업계의 장기적 변화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WP는 직업훈련을 병행하며 인력 수요가 많은 다른 산업으로 넘어가려는 이들도 있으나, 육아가 안정되고 팬데믹에 따른 다른 어려움이 해소되면 되돌아오려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