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너무 나간 차별금지법, 차별과 차이도 구분 못하나

국회 국민동의청원에서 10만 명 동의를 얻어 법제사법위원회에 자동 회부된 두 건의 이른바 ‘차별금지법’이 모두 외국에는 유례가 없는 광범위한 차별금지 내용을 담고 있어 실제 입법이 될 경우 적잖은 혼란과 마찰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법안에는 성별, 종교 등 외에 학력이나 고용형태로 인한 차별금지 규정까지 포함돼 있다. 법이 통과되면 채용, 승진, 임금 등에서 학력에 따른 차등화가 불가능해진다. 대졸 공채나 대학이 교수 채용 시 박사학위 소지자로 제한하는 것, 학사와 석·박사 간 연봉 차이도 차별 시비 대상이 될 수 있다.능력 차이나 개인의 노력 결과물을 사실상 부정하는 급진적 입법으로 고용현장은 물론 일상적 사회생활에서도 커다란 혼선과 갈등을 빚을 게 뻔하다. 차별금지법을 도입한 나라들이 적지 않지만 성별, 종교 등 제한적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할 뿐, 이처럼 광범위한 차별금지를 하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두 법안은 ‘특정 직무나 사업 수행의 성질상 불가피한 경우는 차별이 아니다’라는 예외 조항을 두고는 있다. 하지만 규정이 매우 모호해 예외를 좁게 인정할 경우 역차별 사례가 속출할 것이고, 넓게 인정하면 법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고용주 등 차별을 했다고 지목받은 측에게 차별이 없었음을 밝히도록 한 것도 문제다. 민사소송에서 불법의 입증책임을 원고에게 지우게 하는 ‘법의 일반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아니면 말고’식 신고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남녀고용평등법 등 차별금지를 정한 법이 이미 다수 있어 중복 규제 및 처벌 논란도 불가피하다.

숱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런 법안이 논의되는 것은 기계적 평등의식에 매몰돼 ‘차별과 차이’ 혹은 ‘차별과 구별’이 어떻게 다른지 혼동한 탓이다. 개인 신용도를 무시한 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대출금리 차등은 안 된다는 생각도 마찬가지다. 이런 논리라면 국회의원만 법을 만드는 것도 차별이 될 것이다.

차별금지법은 가뜩이나 규제에 신음하는 기업들에 또 다른 부담과 골칫거리가 될 소지가 크다. 소수에게 특권을 주고 성실한 사람이 역차별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서 드러난 갈등을 사회 전 영역으로 확산시킬 가능성도 있다. 발의 의원들은 차별금지법이 “서로 다른 인간을 똑같이 만드는 법으로, 법 앞에서의 평등을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