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글로벌 거점만 360여곳…구본준, 128조 물류시장 정조준

판토스, e커머스 물류시장 진출

LX그룹 "경쟁자는 아마존"
국내 유일 '도어 투 도어' 서비스
주문·입출고·재고관리까지 대행
급성장하는 풀필먼트 시장 선점
판토스가 e커머스 물류사업 진출을 통해 아마존에 필적하는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사진은 판토스가 운영하는 인천 청라풀필먼트센터. /판토스 제공
LX그룹 종합물류기업인 판토스의 최대 강점은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국제 물류 네트워크다. 세계에 360개 지사가 있으며, 물류센터도 250개에 달한다. 촘촘한 네트워크는 코로나19에 따른 해운·항공 화물대란 속에서 빛을 발했다. LX그룹은 판토스의 이 같은 국제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존 기업 간 거래(B2B)뿐 아니라 e커머스(전자상거래) 물량까지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물류센터 운영 노하우 보유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판토스가 e커머스 물류 진출을 본격 준비한 건 지난해부터다. LG그룹은 지난해 11월 LG상사 등 4개사를 인적 분할해 신규 지주회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다음달 LX인터내셔널로 사명이 바뀌는 LG상사는 판토스 지분 51%를 보유한 모회사다.

과거에 비해 비중은 줄었지만 판토스가 맡는 LG그룹 물량은 지금도 60%가량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토스는 계열분리를 계기로 고객 다변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해외 경험이 많은 구본준 LX그룹 회장(사진)은 틈날 때마다 물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커머스 물류시장 진출도 이 같은 계획의 일환이다. LG상사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e커머스를 신규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등 판토스의 e커머스 물류시장 진출은 이미 예고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판토스가 내세우는 e커머스 물류의 핵심은 풀필먼트(통합물류) 서비스다. 주문, 입출고, 재고 관리 등 제품 판매의 모든 과정을 대행해 주겠다는 것이다. 판토스는 풀필먼트 서비스와 비슷한 W&D(물류센터 운영·배송) 사업을 이미 해왔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W&D는 물류센터 운영과 내륙 운송을 연계한 각종 수송·배송 사업이다.대부분의 물류기업은 출발지 항구에서 화물을 싣고 도착지 항구까지 운송한다. 일단 부두에 화물을 내려놓으면 내륙 운송은 현지 업체에 맡기는 게 일반적이다. 내륙 운송까지 하기에는 네트워크가 부족하고, 현지 전문업체에 맡기는 것이 저렴한 경우가 많아서다. 하지만 판토스는 W&D사업을 통해 ‘도어 투 도어’ 서비스를 한다. 화주가 원하는 곳에서 화물을 싣고, 원하는 곳에 내려준다. 국내 물류사 중 도어 투 도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판토스가 유일하다.

e커머스업계 지각변동 오나

이달 중순 자체 e커머스 물류 통합관리 시스템을 선보인 판토스는 다수의 대형 고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e커머스 신규 고객 수주 금액은 2500억원에 달한다.로레알그룹 계열 스타일난다를 비롯해 에스티로더, 에이프릴스킨(APR) 등 유명 뷰티·패션 브랜드와도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 판토스의 설명이다. 지난해 상장한 엔터테인먼트기업 하이브(옛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e커머스 물류 서비스도 수주했다.

지난 5월 말 인천 청라에 문을 연 판토스 풀필먼트센터는 200여 개국을 대상으로 K팝 아티스트 공식상품(굿즈) 등 다양한 온라인 제품 판매를 위한 배송업무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e커머스업체들이 합종연횡을 통해 물류 경쟁력 강화에 사활을 거는 가운데 판토스의 e커머스 물류시장 진출로 업계의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로켓배송’으로 유명한 쿠팡은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를 통해 물류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엔 일본에서 풀필먼트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손잡고 풀필먼트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판토스는 국내 e커머스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촘촘한 국제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와 해외 물류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이다. 자체 물류망과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중소형 e커머스업체들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판토스 고위 관계자는 “국제 풀필먼트 서비스를 강화해 글로벌 시장에서 아마존에 필적할 경쟁력을 갖추는 게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