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의회, 도의원·가족 부동산 전수조사 '흐지부지'

민주당 4월 제안 뒤 성과 없어…일부선 공직자 투기방지 조례제정 압박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으로 부동산 민심이 악화하면서 경남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이 도의원과 그 배우자, 직계존비속까지 소유 부동산을 조사하자고 제안했으나 흐지부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경남도의회에 따르면 민주당 원내대표단은 지난 4월 5일 "선출직 공직자 재산공개에도 불구하고 개발사업 관련한 재산 취득 여부는 알기 어렵고 재산 고지를 거부한 직계존비속 보유 부동산은 고지 거부도 가능해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부동산 투기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다"면서 도의원과 배우자, 직계존비속까지 소유 부동산을 조사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사전에 개인정보 제공동의서를 제출하고, 그 결과를 철저히 공개할 것도 약속했다.

하지만 이 제안 이후 석 달이 다 되어가는데도 도의회와 민주당은 별다른 성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전에 국민의힘 측과 충분한 협의를 하지 않고 제안하면서 도의회 내에서 부동산 조사와 관련한 뚜렷한 진척이 없는 상태다.

민주당 의원들만 개인정보 제공동의서에 서명했을 뿐 국민의힘 의원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국민의힘 측은 "민주당이 공식 협의도 하지 않고 부동산 조사 제안을 언론에 발표했다"며 민주당의 일방통행을 지적했다. 이를 두고 정의당 경남도당은 "부동산 전수조사에 대해 '일구이언'을 하지 말라. 차라리 국가권익위원회에 조사를 맡겨라"며 지지부진한 부동산 조사를 규탄했다.

진보당 경남도당은 이 기회에 '공직자 및 직무 관련자 부동산 투기 방지 조례안'을 제정하라며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여론을 고려한 민주당 원내대표단은 부동산 조사를 국가인권위에 맡기는 등 실질적 성과를 거두기 위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빈지태 민주당 대표의원은 "부동산 조사를 국민의힘에 2∼3차례 제안했으나 반응이 없었고 의장은 원내대표끼리 합의하라고만 했다"며 "경찰이나 도 감사위원회에 맡기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도의원의 재산등록상황을 검토했으나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어 밖으로 표출할만한 성과가 없었다"며 "민주당 도당과 상의해 국가인권위 등 다른 기관에 의뢰해서 조사할 방법이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투기 방지 조례안 제정 요구와 관련해서는 "이미 법이나 장치로 부동산투기를 못 하도록 만들어져 있는데 조례를 만든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판단이 안 선다"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최근 도의회 국민의힘 대표로 선출된 황보길 의원은 "부동산 투기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민주당이 공식적으로 제안하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해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부동산 조사 참여 여지를 남겼다. 의욕적으로 발표한 경남도의원과 가족에 대한 부동산 조사 제안이 '용두사미'로 끝날지,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지 주민들의 이목이 쏠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