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마지못해 2조 상환하는 정부, 1000조 나랏빚 대책 내놔야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의 규모와 대략적 용처가 드러나면서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방식 등으로 논란이 ‘2라운드’에 접어들고 있다. 나랏빚이 단기간 급증하는 상황에서 구체적 지출내역도 정하지 않은 채 이렇게 ‘슈퍼 추경’을 편성해도 되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현 정부 출범 때 660조원이던 국가채무가 물러나는 내년에는 1070조원을 넘게 된다.

여당이 기획재정부를 끌고 다니다시피 하면서 추석 전까지 33조~35조원을 풀겠다지만 아직 뚜렷한 용처도 없다. 대통령이 언급한 ‘위로금’ 성격의 국민 지원금이 가장 큰 항목일 텐데 이 역시 전 국민이 대상인지, 하위 70%인지 논란만 분분하다. 백신 구매예산은 본예산에 있는데 왜 또 들어가는지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너무도 낯익은 ‘민생 안정 및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도 포함된다고 한다. 또 한 번 힘깨나 쓰는 의원들의 ‘민원 예산’이 끼어들 통로가 될 게 뻔하다.추경 지출내역도 논란이지만, 재원은 더 문제다. 당초 예상보다 올해 더 걷힐 세금이 33조원에 달할 전망이니 이를 쓰겠다는 것이다. 1분기 세수가 좋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부동산 호황 등 특별한 요인이 있었고 경기도 ‘반짝 호황’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은 급증한 가계·기업부채에 주목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0.75%로 곤두박질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4.0% 성장을 예측했던 한은이 이런 비관론까지 내놓을 정도로 경제는 살얼음판이다. 그런데 세금 조금 더 걷힌다고 한 분기도 못 참고 털어 써버리자는 것이다. 이러려고 올해 예산을 짤 때 세수 예상치를 일부러 낮게 잡아둔 건 아닌가 의구심이 들 정도다.

나랏빚 2조원을 갚겠다는 대목도 마지못해 찔끔 갚는 생색내기 인상이 짙다. ‘채무 상환도 했다’는 정책적 알리바이 같다. 실제로 국가재정법 위반 소지도 있다. 이 법에는 ‘더 걷힌 세금은 해당연도 국채를 우선 상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강제조항은 아닐 수 있지만 법 취지로 볼 때 초과 세수는 빚 갚기에 먼저 쓰여야 한다. 근래 매년 17조원 안팎이던 국채 이자지급액이 올해는 20조원으로 뛴다. 금리가 올라가면 부담은 더 늘어난다.

사정이 이런데도 슈퍼 추경을 강행하겠다면 어떻게 써야 할지 보다 진지하게 고민해야 마땅하다. 1000조원 나랏빚에 대한 구체 관리·상환계획도 내놔야 할 것이다. 건전재정, 채무상환은 뒤로만 미룬 채 재정 퍼붓기에 골몰하는 정부의 뒷감당은 국민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