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도 델타 변이 초비상…한달새 2배 늘었다

부산·광주·전북 등 곳곳서 감염

변이 확진 190명…지역감염 현실화
강한 전파력·백신 회피력 갖춰
의료계 "향후 지배종 될 것" 경고
‘슈퍼 감염 변종’으로 불리는 인도발(發) 델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2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해외 출국자들이 수속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도발(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델타 변이’ 확진자가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것은 지난 4월이었다. 알파(영국) 베타(남아공) 감마(브라질)에 이은 네 번째 변이 바이러스인 델타는 빠른 속도로 퍼지더니 두 달 만에 국내에서 알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확진자를 냈다. 확진자가 나온 곳도 부산·광주·전북 등 전국이다. “강한 전파력과 백신 회피력을 갖춘 델타 변이가 향후 ‘지배종’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의료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알파변이보다 전파력 60% 높아

2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19일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델타 변이 확진자는 누적 190명이다. 지난달 15일만 해도 87명이던 확진자 수가 한 달여 만에 두 배 넘게 불었다. 부산, 전북, 광주 등 전국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해외 유입에 그치지 않고 ‘지역 감염’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델타 변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 세포에 침투할 때 사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2개의 돌연변이가 생긴 것이다. 몸 안에 이미 생긴 코로나19 항체는 이렇게 돌연변이 스파이크가 있는 바이러스를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다른 것으로 인식한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람도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델타 변이는 알파 변이보다 전파력이 60% 강하다. 병원에 입원하는 비율 역시 알파 변이보다 2.26배 높다. 아시시 자 미국 브라운대 공중보건대학원 학장은 “지금까지 봐온 변이 중 가장 전염성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델타 변이 증가세에 따라 전체 변이 바이러스 검출 건수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1월 무작위 유전자 검사에서 주요 변이가 검출된 비율은 10.1%였지만, 지난달에는 32.8%로 증가했다. 지난주(6월 13~19일)에는 35.7%로 집계됐다.

‘숨겨진 델타 변이 확진자’도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현재 방역당국이 일부 확진자만을 대상으로 변이 분석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석을 진행하지 않은 확진자나 가족·지인 등 역학적 연관성이 있는 사례를 더하면 델타 변이 확진자 수는 훨씬 많을 것이란 얘기다.

“섣부른 방역 완화 경계해야”

델타 변이 확산을 막기 위해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격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의료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정부가 다음달부터 해외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에게 자가격리를 면제해주기로 한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델타 변이가 유행하고 있는 영국과 인도에서 입국한 사람도 자가격리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반면 유럽 각국은 이들 국가에 대해 빗장을 걸고 있다. 독일과 벨기에는 영국 여행객의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최근 회원국들에 “인도 입국자를 최소화하라”고 권고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델타 변이 유행국에서 입국하는 사람에 대한 격리를 강화하고, 필수 목적이 아니면 입국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달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는 것도 변이 바이러스 확산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정부는 다음달부터 수도권에서 사적모임을 최대 6명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15일부터는 8명까지도 모일 수 있다. 수개월째 간판을 내렸던 유흥시설 문도 다시 열 수 있도록 했다. 비수도권에서는 아예 인원 제한을 없앴다. 휴가철 비수도권으로 사람들이 몰리면 바이러스 재확산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방역을 섣불리 완화했다가 다시 확진자가 치솟은 영국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