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표 시멘트 백팩·슬리퍼…'콜라보 대박' 터뜨린 성신양회

한정판 제품에 MZ세대 열광
“‘천마표 시멘트 백팩·슬리퍼·팝콘에 이어 수능 교재까지….”

올해로 창립 54주년을 맞은 시멘트업체 성신양회가 의류·편의점·교육업체와 손잡고 내놓은 업계 최초 컬래버레이션(협업) 제품들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국내 시멘트업계에서 하위권에 속하지만 새로운 마케팅 시도로 ‘천마표시멘트’라는 브랜드 인지도를 업계 선두권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다.23일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중고거래 쇼핑몰에선 천마표시멘트 백팩이 출시 당시 가격(6만9000원)의 두 배가 넘는 15만원을 주고도 거래가 어려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지난해 7월 성신양회가 의류 온라인 쇼핑몰 ‘4XR’을 운영하는 티그린과 협업해 선보인 이 백팩은 한정 수량 500개가 출시 1주일 만에 다 팔렸다. 고객들의 추가 판매 요청에도 제작이 이뤄지지 않자 중고시장에서 거래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실제 시멘트 포대와 비슷한 디자인과 질감을 구현하기 위해 페이퍼레더(한지가죽)로 제작한 이 백팩은 이색적인 제품을 선호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열광하면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서도 화제가 됐다. 당시 함께 출시한 천마표시멘트 안전모 슬리퍼 티셔츠 등도 불티나게 팔리면서 조기 품절됐다.

성신양회가 지난해 11월 세븐일레븐과 협업해 내놓은 ‘천마표시멘트 팝콘’과 모공팩을 비롯해 ‘천마표 에코백’에 담긴 선물세트 등도 현재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팝콘 판매량만 36만 봉지에 달한다. 밀가루 브랜드 ‘곰표’의 콜라보 제품 인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건축자재 기업이자 기업 간 거래(B2B) 업종인 시멘트업계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기업·소비자 간(B2C) 마케팅 치고는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4월엔 수능 국어 대비 주간 학습서 ‘간쓸개’로 유명한 교육콘텐츠 기업 이감과 협업해 출간한 수능 교재 ‘천마표 간쓸개 리미티드 에디션’도 수험생에게 인기를 끌었다. 이감은 건축물의 기초이자 단단한 물성인 시멘트에서 영감을 얻어 “수능 국어의 기초를 다진다”는 마케팅을 펼치기 위해 성신양회 측에 먼저 협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성신양회의 연매출은 7200억원 규모로 업계에선 쌍용양회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 등에 이어 하위권 업체다. 하지만 이번 마케팅 시도에 다른 시멘트업체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성신양회 측이 자사 홍보 차원에서 자사 상표권 사용료를 최소 수준으로 받으면서 큰 수익은 나지 않았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월등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보수적이고 과거 개발시대 이미지가 강했던 시멘트업계 이미지를 성신양회가 대중 친화적으로 바꾸는 데 크게 일조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