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2030 월드엑스포]① 미래를 향해…해양수도 부산 출사표

경쟁 도시는 모스크바·정저우·로마·바르셀로나·파리
169개국·실사단 마음 사로잡을 외교력·민간 노력 필수
가덕신공항 조속한 건립…엑스포 유치 필수 불가결 조건
정부대표단과 부산시가 23일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에 유치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본격적인 유치경쟁이 시작됐다. 현재 우리나라와 유치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는 러시아(모스크바), 중국(정저우), 이탈리아(로마), 스페인(바르셀로나), 프랑스(파리) 등이다.

미국(휴스턴), 네덜란드(노테르담), 사우디아라비아(제다) 등도 출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가 지난 4월 29일 가장 먼저 유치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월드엑스포 유치 신청 기한은 유치신청서 첫 제출 이후 6개월 이후여서 10월 29일이 지나야 최종 후보지 국가를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1일 김영주 전 한국무역협회장이 유치위원장, 5대 그룹 총수들이 공동 부위원장인 유치지원단을 구성했다.

정부와 부산시는 유치지원단을 토대로 유치 경쟁에서 BIE 회원국 169개국 지지를 얻을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과 회원국 내 개발도상국 지원책 제시 등에 올인해야 한다.
◇ 엑스포 주제는 '세계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
올해 두바이 월드엑스포에 이어 2025년 월드엑스포 개최지는 같은 아시아권인 일본 오사카다. 올림픽, 월드컵과 달리 BIE 규정에 대륙별 안배 원칙은 없다.

부산이 아시아에서 연속으로 엑스포를 개최해도 무방해 타 도시에 비해 불리한 점은 없다.

부산시와 정부는 '세계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라는 주제로 지난 8일 부산 월드엑스포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에 착수한 상태다. 30억원을 들여 SM C&C가 추진하는 용역은 연말 최종 완성된다.

부산시와 정부는 이번 용역에서 세계 대전환의 변혁기에 있는 국제사회에서 인간과 기술이 공존하는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의 엑스포 주제를 보면 가장 최근인 2015년 이탈리아 밀라노 엑스포가 '지구 식량 공급, 생명의 에너지'였고 2010년 중국 상하이 엑스포는 '더 나은 도시, 더 나은 삶', 2005년 일본 아이치 엑스포는 '자연의 예지' 등이었다.

올해 열리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엑스포는 '마음의 연결, 미래 창조', 2025년 일본 오사카 엑스포는 '미래 사회를 위한 삶의 디자인'이었다.

정부와 부산시는 우선 29일 BIE 온라인 총회에서 유명희 유치기획단장이 월드엑스포 주제 공개와 유치 의지를 밝히고 박형준 부산시장 영상 메시지를 포함한 부산시 소개 영상을 선보일 예정이다.

부산은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은 도시,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이 만나는 지정학적 이점, 개방성과 포용성, 다양성을 지닌 도시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 '현지 실사단 마음을 사로잡아라'
정부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내년 상반기 300∼400페이지 분량의 최종 유치계획서를 제출하고 후보 도시 유치계획 프레젠테이션으로 BIE 회원국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

더불어 내년 2∼4월 예정인 BIE 조사단 현지 실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사단은 직접 개최 후보지를 돌아보며 준비상황 등을 돌아볼 예정인데 동선에 따른 계획적인 맞춤형 전략으로 조사단의 이목을 사로잡는 준비에 벌써 유치지원단과 부산시의 고민이 깊다.

실사단 현장 실사 평가 항목은 14개 분야 61개다.

그 중 국제교통시스템 확보가 주요 항목인데 국내외 관람객 접근성이 최우선으로 고려된다.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공항이 필요하다.

부산시는 현재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된 상황에서 최대한 건설 속도를 높여 엑스포 개최 전 활성화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실제 2005년 일본 아이치 엑스포 개최 전 기존 모마키 공항을 대체하는 나고야 주부 공항이 개항했고 올해 열리는 두바이 엑스포도 알막쿰 국제공항을 건설해 개항한 상태다.

가덕도 신공항의 조속한 건립은 부산 월드엑스포 유치의 필수 불가결한 조건인 셈이다.

그 외 실사단은 엑스포 개최 신청 동기와 기대 효과, 엑스포 개최에 대한 지역 후원 또는 반대 상황, 참가자와 전시관 구성 계획, 예상 관람객 수와 유형, 관람객·참가자 등 숙박 계획, 숙박지와 엑스포 부지 연결 교통계획, 자본·운영비 조달계획 등을 꼼꼼하게 점검하게 된다.

부산 월드엑스포 개최 장소가 북항 재개발 현장이라는 점은 유리하다.

원도심 발전과 도시와 단절된 해양을 잇는다는 점에서 북항 재개발은 지역 발전과 재생을 중요시하는 BIE의 관점과 맞아떨어진다는 것이 부산시 설명이다.

여수 엑스포 유치 때는 시민이 거리에서 대대적인 조사단 환영 행사를 벌였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여수까지 내려와 조사단 만찬을 여는 등 깜짝 이벤트도 벌인 바 있다.

조사단과 BIE 사무국이 작성하는 실사 요약 보고서는 회원국이 개최지를 평가하는 잣대가 되기 때문에 조사단 평가와 '입소문'은 개최 후보지 최종 결정 전초전의 성격을 띠어 정부와 부산시는 총력전을 벌일 계획이다.
◇ 169개국 지지 호소 위해 외교력·민간 노력 총동원 필수
후보지는 엑스포 개최 7년 전인 2023년 11월 BIE 총회에서 169개국 회원국 3분의 2 이상이 출석해 3분의 2 이상이 지지해야 확정된다.

3분의 2 이상 지지를 얻은 후보지 국가가 나오지 않으면 최종 두 국가가 남을 때까지 투표를 벌여 마지막엔 다 득표한 국가가 개최국으로 최종 결정된다.

실제 조사단 요약 보고서가 아무리 우수하다고 해도 회원국 마음을 얻지 못하면 선거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으므로 국가 차원 전략과 해외 교섭 활동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강대국이든 아시아, 아프리카 개발도상국이든 모두 1표이기 때문에 각 국가를 대상으로 맞춤형 전략을 펴야 한다는 것이 부산시 설명이다.

회원국 중 약 3분의 1인 54개국이 아프리카 국가인데 이들의 표를 얻기 위해서는 외교적 전략과 공적개발원조(ODA) 제시 필요성도 높다.

실제 일본은 오사카 엑스포 유치 시 아프리카 회원국 등에 대규모 ODA 지원과 확대 정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부산시와 정부는 아시아,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회원국에 대한 개별 전략을 수립해 유치 운동을 펴나갈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유치지원단의 공동부위원장을 맡은 5대 그룹 총수와 경영진의 전 세계 네트워크를 활용한 전방위 지지 호소가 필요해 보인다.

유치 신청을 한 러시아 외에 어느 나라가 유치 경쟁에 뛰어들지도 변수다.

중국과 프랑스가 유치신청을 하면 셈법이 복잡해진다.

중국은 아프리카 국가 등에 영향력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고, 프랑스 파리의 경우 BIE 사무국이 있어 회원국에 대한 입김이 강하다.

부산시는 러시아와 유치 2파전을 벌일 때 가장 유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유치 경쟁국이 더 많아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169개 회원국 중 아프리카가 54개국으로 가장 많고 유럽 42개국, 중남미 29개국, 중동 16개국, 아시아 15개국, 대양주 11개국, 북미 2개국으로 유럽·아프리카 국가가 56.8%를 차지한다.

중남미 국가와 아시아 국가에 대한 전략도 소홀할 수 없는 부분이다.

유치지원단은 연말 두바이 월드엑스포에 한국관을 설치하고 엑스포 유치 홍보전을 전개할 예정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엑스포 유치전은 외적 변수 외에 외교·민간 노력 등을 총결집해야 하는 국제 이벤트"라며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유치계획서와 실사단 평가에 집중하고 전략적인 접근으로 회원국의 마음도 얻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을 포함한 범정부적인 월드엑스포 유치 운동으로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