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버리의 'AI비스포크' , MZ세대 개성 저격하다

中 선전 소셜소매점 인기… 젊은 명품족들이 주 고객
영화·음악·음식 데이터도 수집, AI가 디자이너 되도록 지원
버버리가 중국 선전에 세운 소셜 매장(Social Retail Store). 젊은 명품족을 겨냥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환경으로 꾸몄다.
중국 첨단기술 도시의 대명사 선전. 지난해 8월 이 곳의 대표적 쇼핑몰인 믹스씨(MIXC)에 버버리 매장이 들어섰습니다. 버버리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겠다고 강조하면서 세운 '소셜 매장(Social retail store)'입니다.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디지털 분위기가 물씬 느껴집니다. 모바일로 등록하면 10개의 방에 들어갈 수 있는 권한이 생깁니다. 각 방에선 버버리 전통 의류에서부터 최신 패션까지 다양한 상품들이 배치돼 있습니다. 모바일로 제품에 부착된 QR코드를 스캔하면 각 제품의 스토리를 버버리의 위챗(중국의 대표적 메신저)에서 얘기해줍니다. 좋아하는 음악도 흘러나오고 카페도 있습니다. 매장에서 시간을 보내며 쇼핑을 한 만큼 많은 혜택이 주어집니다. 쇼핑객들의 가게 내 활동은 버버리의 훌륭한 데이터가 됩니다.
버버리가 지난해 8월 이곳에 소셜 매장을 지은 뒤 매출액이 급등한 건 물론입니다. 버버리가 이 가게를 세우면서 역점을 둔 건 개성을 강조하는 중국의 젊은 명품 고객들입니다.

AR로 제품 시뮬레이션, QR 코드 스캔하면 제품 스토리가 앱에서 흘러나와

버버리는 패션업계에서 디지털 혁신으로 유명한 기업입니다. 디지털 비스포크(맞춤생산)의 원조라고 불릴 만큼 일찌감치 개별 취향을 반영하는 상품을 만드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온라인에서 '버버리 비스포크'를 시작한 게 2011년이었습니다. 재질과 색상 단추 디자인을 고르면 디지털 모델이 나와 옷의 형태를 보여주는 맞춤 제작 시스템이었습니다. 해리포터로 유명한 엠마 왓슨이 비스포크 트렌치코트를 입고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찍은 사진이 힛트를 치기도 했습니다. 버버리 비스포크는 AI와 빅데이터 시대에 맞춰 섬세함과 정밀도가 더해졌습니다. 앱에 있는 증강현실(AR) 도구로 버버리 제품의 사이즈와 색상 구조 등을 비교하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지난 4월에는 앱에서 3D로 포켓 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증강 현실 경험을 론칭했습니다. 소비자들은 AR을 통한 상품 경험으로 한층 제품 구매를 수월하게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버버리 마케팅의 최신 키워드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Z세대를 아우르는 말)와 디지털의 결합입니다. MZ세대들은 자신만의 명품을 기다리거나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더 크다고 합니다. 코로나 시대에도 명품 구매를 계속해 버버리가 코로나 이전에 버금갈 만큼 수익을 올리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2025년에는 이 세대가 명품 시장에서 65~70%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하는 보고서도 있습니다.

향수까지 맞춤화…위조상품 적발에도 AI 활용

이들 세대는 직접 디자이너가 돼 자신의 옷을 만들고 싶어합니다. 버버리가 전략적으로 도전하는 작업이 바로 이런 개인화입니다. 고객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이런 개인화 패션에 관심을 많이 기울입니다. 이런 기호를 맞춘 곳이 선전의 매장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수집된 데이터들을 모아 버버리의 제품들을 더욱 개인화하고 최적화하는 데 힘을 기울입니다. 패션만이 아니라 예술이나 영화 음악 음식등 모든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참고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상품을 제안합니다. 지난 번에 판매한 코트를 기준삼아 개인화된 핸드백과 다른 액세서리 구매를 제시합니다. 버버리는 향수까지도 맞춤화에 성공했습니다.

버버리는 선전 매장과 같은 개념을 본따 런던에도 같은 매장을 만들려고 합니다.럭셔리와 디지털 몰입을 강조한 신세대 매장을 올해 55개 세울 계획이라고 합니다. 버버리는 또 중국 텐센트와 협력해 젊은이들을 위한 게임도 이달 출시 예정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게임 내 주변 환경은 물론 버버리의 제품과 관련된 것입니다. 게임 플랫폼이 명품 브랜드와 합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버버리가 AI를 적용하려는 또 다른 작업에는 위조 상품 적발이 있습니다. 엔트러비의 AI기반 이미지 인식기술을 사용해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 제품의 진위여부를 식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버버리는 디지털로 기업을 다시 세운 만큼 AI를 통해 패션을 재창조하려고 합니다. 앞으로 나올 새로운 제품과 아이디어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오춘호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