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입점 좌지우지…그릇 인플루언서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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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영화 ‘기생충’에서 ‘한우 채끝 짜파구리’가 담겨 나온 그릇. 미국의 명품 그릇 ‘줄리스카’다. 접시 한 개가 20만원에 팔린다. 줄리스카는 그릇 인플루언서 ‘keithsonny’가 20인용 식탁 세팅 게시물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유행을 탔다. ‘그릇스타그램’으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은 명품 그릇의 트렌드를 이끈다.
그릇 인플루언서의 힘을 요약할 수 있는 한 문장은 ‘100만원짜리 냄비를 사려는 1만 명의 유행을 선도하는 사람’이다. 패션·요리 인플루언서와 비교해 팔로어 숫자는 적지만 이들이 이끄는 구매력은 명품 매장을 좌지우지한다. 그릇 인플루언서들이 주목한 브랜드는 곧 해외에서 직수입돼 백화점에 자리잡는다.프리미엄 그릇 위탁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며 인플루언서들과 소통하는 이상희 원오브원 대표는 “그릇 인플루언서들은 안목과 재력이 남다르다”며 “이들 중 상당수는 신세계백화점 구매실적 최상위 999명에 드는 트리니티 VIP”라고 귀띔했다. 그릇 인플루언서 ‘살롱드데지레’는 유튜브를 통해 “앤티크 그릇 수집은 여자 취미의 끝판왕”이라며 영국의 그릇 브랜드 ‘플로렌틴’ 풀세트를 16가지 색깔별로 선보였다. 이 브랜드의 케이크 접시 한 개는 40만원을 넘는다.
그릇 인플루언서가 한 번에 사고파는 그릇 세트의 가격이 1억원 단위를 넘기도 한다. 그릇 인플루언서들은 에르메스, 로열코펜하겐 등 이미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프리미엄 그릇 외에 새로운 브랜드를 발굴하고 유행시켰다. 프랑스 그릇 브랜드 제이엘코케, 이탈리아 브랜드 코지타벨리니 등이 인플루언서에게 주목받은 브랜드다.유명 그릇 인플루언서는 각종 요리 강습을 열거나 레스토랑을 경영하며 소통하기도 한다. 프리미엄 그릇을 사용하는 식당은 그릇 인플루언서들에게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다.
최근에는 연예인 등 유명인도 방송과 SNS를 통해 그릇에 대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오뚜기 함영준 회장 장녀인 뮤지컬 배우 함연지 씨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분식을 에르메스 그릇 세트에 담아냈다. 개그맨 김지혜 씨는 동료 개그맨 부부를 초대한 식사 자리에서 20만원짜리 에르메스 그릇을 꺼내다 깨고 아쉬워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이 대표는 “명품 패션에 관심이 많던 20·30대 여성들이 과거의 소비 경험을 살려서 명품 그릇의 세계로 넘어오고 있다”며 “SNS의 발달과 함께 그릇 인플루언서의 파급력이 더욱 커지는 것 같다”고 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