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내서 도시락 배달로 月800만원 부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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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구독경제 '각광'지난 24일 찾은 서울 천호동 시장이반찬협동조합. 조합원 네 명이 도시락 반찬이 담긴 보온 상자를 옮기느라 분주했다. 이들은 고분다리전통시장에서 떡집, 반찬가게 등을 운영하는 상인이다. 하루 두 시간 정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도시락을 만들고 정기적으로 배송하고 있다. 시장상인 네 명이 모여 도시락사업에 뛰어든 건 지난해 11월. 십시일반으로 모은 시설 자금 3000만원으로 시장 한쪽에 소규모 도시락 조리공장을 열었다. 생산품의 약 60%는 60~80대 노인 가정에 배달하고 있다. 지역 공공기관과 연계해 독거노인 등 돌봄서비스 지원 가정에 정기적으로 상품을 공급한 게 사업을 빠르게 안정시킨 비결이라는 설명이다. 이헌영 시장이반찬조합장은 “고객 맞춤형 반찬 구성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은 덕분에 월매출이 700만~800만원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호동 고분다리시장 상인 모여
'시장이반찬' 협동조합 결성
고객 맞춤형 상품 구성해 '히트'
플랫폼·물류·큐레이션이 성공조건
아직은 디지털 진입장벽 높아
"필수 인프라 구축 지원 절실"
소상공인 58% “구독경제 참여 원해”
시장이반찬의 도시락 정기 배달 서비스는 성공적인 소상공인 구독경제 사업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구독경제란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정기적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거래 유형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정 내 생활시간이 늘면서 간편식, 홈가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런 유형의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 KT경영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25조9000억원이던 국내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40조1000억원으로 4년 만에 54.8% 성장했다.구독경제에 대한 소상공인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달 벌인 소상공인 구독경제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 67%는 ‘구독경제에 대해 상당히 인식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정부가 지원하면 구독경제에 참여하겠다’고 답한 소상공인도 58.8%로 절반을 웃돌았다. 필요한 지원 분야로는 자사몰(55.8%), 배송(49.2%), 판매 지원(39%), 물류(30.6%) 등을 꼽았다. 올해 3만7842개인 구독경제 정책 지원 수요는 내년엔 4만2840개로 증가할 것으로 중기부는 보고 있다.
소상공인의 주요 제품군은 구독경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품목과 비슷한 편이다. 소상공인 온라인 판매 제품 비중은 식품 38.9%, 패션·잡화 20.4%, 주거·생활필수품 11.9% 등의 순이다. 품목별 구독서비스 시장 점유율은 식품 31.3%, 주거·생활필수품 25.1%, 패션·잡화 15% 등이다. 한 소상공인업계 관계자는 “구독경제에서 소외된 소상공인은 장기적으로 신사업 기회를 잃고, 대형 온·오프라인 공급자와의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구독경제 전환·비용 마련 걸림돌
구독경제 서비스의 3대 핵심 요소는 플랫폼, 물류, 상품 구성(큐레이션)이다. 소상공인으로선 거래 창구 기능을 하는 플랫폼 진입부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높은 ‘디지털 진입 장벽’ 탓이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55세 이상 장·노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국민 평균의 64.3%에 그친다. 소상공인의 평균 연령은 52세로 이 중 26%는 60세 이상 고령자다. 지난 2월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 실태조사에서 소상공인 71.5%는 온라인 활용에 애로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구독경제를 도입할 여력도 부족한 형편이다. 소상공인 체감 경기실사지수(BSI)는 2014년 3월(102.9) 후 86개월 연속 100을 밑돌고 있다. BSI가 100 이상이면 경기가 호전될 것임을, 100 미만은 그 반대를 의미한다. 최근 중기부가 소상공인 구독경제 기반 구축이 어려운 이유를 설문조사한 결과 비용(39%) 인력(27.4%) 고객 서비스(18.4%) 순으로 응답이 많았다.
소상공인이 구독경제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하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중기·소상공인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 교수는 “소상공인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모델을 마련하는 등 정부가 마중물 지원을 검토할 시점”이라며 “필수 인프라를 갖추기 위한 보조사업 등 민간시장을 최대한 활용하는 사업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