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네스트호텔, 두꺼운 책 세 권을 쌓은 듯…휴식의 품격이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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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건축물 열전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지나 남측 방조제 위 도로를 가로질러 마시안 해변 방향으로 가다 보면 독특한 외관의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2014년 10월 문을 연 네스트호텔이다.
독특한 외관·이색적인 객실
국내 첫 '디자인호텔스 멤버' 선정
계단형 레스토랑에 'ㅅ'자 베란다 눈길
화려한 규모를 자랑하는 호텔이 즐비한 영종도 안에서 네스트호텔은 호텔치고는 11층의 낮은 높이 때문에 다소 소박하게 보인다. 하지만 이 호텔은 2014년 세계적 권위를 가진 호텔 플랫폼인 ‘디자인호텔스’로부터 독창적 건축 구조, 디자인, 서비스 등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과 함께 국내 최초로 ‘디자인호텔스 멤버’로 선정됐다. 한 번 보면 잊기 힘든 독특한 모습과 이색적인 객실 구조 때문에 네스트호텔은 7년째 여행객들의 발길로 북적이는 영종도 명소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외관보다 방 먼저 설계
네스트호텔은 스카이72골프클럽을 소유하고 있는 네스트홀딩스가 인천시 중구 운서동 2877 내 대지면적 4만2060㎡에 지하 1층, 지상 11층 규모로 지은 5성급 호텔이다. 서울 광화문 D타워를 설계한 디자인 전문기업 제이오에이치(JOH)앤컴퍼니가 네스트호텔을 디자인했다.밝은 회색빛 콘크리트로 지어진 이 건물은 멀리서 보면 마치 두꺼운 책 세 권을 대충 쌓아올린 듯 하다. 크게 세 덩어리로 나뉜 외관은 사실 처음부터 의도한 디자인이 아니었다. 통상적으로 호텔은 건물 외부 형태를 디자인한 뒤 내부에 들어가는 객실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짓는다. 이 때문에 호텔 내 객실 구조는 비슷한 듯 조금씩 다르다.네스트호텔은 정반대였다. 설계에 참여한 건축가들은 사람들이 어떤 방을 골라야 할지 주저하지 않게 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냈다. 3년에 걸쳐 실제 견본주택까지 만들어가며 완성한 스테레오 타입의 객실 디자인을 그대로 쭉 이어붙여 한 개 층을 구성했다. 이 때문에 총 370실로 구성된 호텔 객실은 스탠다드룸과 디럭스룸, 스위트룸 등 딱 세 가지 타입뿐이다. 타입별로 어떤 방을 선택해도 객실 구조와 가격이 같고 뷰도 비슷하다.
4층부터 7층에 있는 스탠다드룸은 객실 폭이 좁다. 반면 8층부터 10층에 있는 디럭스룸은 그보다 객실 폭이 더 넓다. 필연적으로 층별 건물 폭이 달라졌다. 설계자들은 이런 폭 차이를 억지로 맞추지 않고 그대로 쌓은 듯 디자인했다. 그렇게 지그재그로 튀어나온 호텔 디자인이 탄생했다.
사용자 중심의 공간 구성
네스트호텔이 들어선 지역은 과거 갈대밭이었다. ‘갈대로 만들 수 있는 집이 뭘까’ 고민하던 설계자들은 ‘둥지’를 생각해냈고 이름을 네스트호텔로 지었다. 호텔 콘셉트는 ‘둥지처럼 편한 공간에서 쉴 수 있는 나만의 은신처’다. 이런 이유로 건물 외관은 물론 내부 상당 부분을 둥지 색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웜 그레이(밝은 회색) 톤의 노출 콘크리트로 지었다. 당시만 해도 건물 전체를 노출 콘크리트로 짓는 경우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드물었을 만큼 이 같은 시도는 파격적이었다.과한 색상이나 화려한 인테리어도 과감히 버렸다. 대표적 공간이 로비다. 여느 호텔에서 볼 수 있는 웅장한 인테리어나 반짝이는 조형물은 이 호텔 로비엔 없다. 대신 사각 또는 원형 기둥이 아니라 위에서 봤을 때 ‘+’ 모양의 다소 독특한 형태의 기둥을 넣어 지루함을 없앴다. 로비 천장 역시 와플 모양의 격자 스타일로 디자인했다. 인테리어를 덧붙여 꾸미는 대신 아예 내부 구조 자체를 새로 디자인한 것이다.이 밖에도 호텔 내부엔 사용자를 배려한 재미있는 구조가 심심치 않게 눈에 들어온다. 1층 레스토랑은 국내에선 보기 드문 계단형으로 지었다. 어느 자리에서 식사를 하든 거대한 통창을 통해 모두 똑같이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다. 객실도 자세히 보면 작은 배려가 담겨 있음을 알게 된다. 디럭스룸엔 침대가 벽에 붙어 있지 않고 방 한가운데 배치돼 있다. 누워서 정면으로 바다를 바라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베란다 역시 일반적인 베란다 형태인 ‘ㄷ’자가 아니라 ‘ㅅ’자로 디자인했다. 해가 뜨고 지는 풍경을 침대 위에서 최대한 오랫동안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그런 배려 덕에 건물 외관은 의도치 않게 마치 두 개의 하모니카처럼 보이기도 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