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내 아이에게 '돈' 가르치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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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30
세금 내는 아이들요즘 들어 분위기가 적잖게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선생님이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돈’에 대해 가르치는 것을 주저한다.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식의 구시대적 가치관이 일선 교육 현장에선 적잖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높은 교육열에도 불구하고 ‘금융 문맹’이 양산되는 이유다.
옥효진 지음
한국경제신문
194쪽│1만4000원
《세금 내는 아이들》은 현직 초등학교 교사가 척박한 경제교육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반 아이들과 함께 직접 체험한 ‘학급 화폐’ 활동을 토대로 경제와 금융의 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다.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게 학교생활을 배경으로 한 동화 형식으로 쓰였다. 익살스러운 삽화도 책 읽기에 쉬이 흥미를 잃는 초등학생들의 눈길을 붙잡는 데 도움을 준다. 지루하게 교과서로 배우는 공부가 아니라 직접 체험하며 놀이처럼 할 수 있는 생활 속 경제 학습을 지향한다.책에서 주인공 시우와 친구들은 학급 화폐 ‘미소’를 이용해 취업, 세금, 사업, 실업, 저축, 투자, 보험, 경매 등의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경제의 주요 개념을 익힌다. 돈 쓰는 일에만 관심이 있는 시우, 돈을 모으기만 하는 하진이 등 개성이 뚜렷한 주인공들이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월급을 사용하고, 마트를 열었다가 판매 가격을 잘못 책정해 망하기도 하는 등 경제활동과 얽힌 스토리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아이들이 돈 관리의 필요성을 깨닫고, 돈의 흐름을 읽는 사고를 획득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그렸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주요 경제 개념을 정리해 학습 효율도 높였다. 책의 주요 내용이 초등학교 4~6학년 사회, 수학, 실과 등의 교과 내용과 연계된 덕에 부수적인 교육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마지막 장면에선 아이 옆에서 같이 책을 보던 부모의 얼굴에도 흐뭇한 미소가 번질 법하다. 학급에서 경제활동을 온몸으로 익힌 시우는 집에 돌아와 엄마에게 큰소리로 외친다. “엄마! 이번 용돈은 저축할래요. 저 통장 하나 만들어 주세요!” 시우의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 자신 있어 보인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