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강자만 생존" 정용진발 지각변동…'승자의 저주' 우려는(종합)

신세계, 네이버 이어 이커머스 2위로 급부상…쿠팡과 '3강' 경쟁체제
몸값 3.4조 지급 이어 추가 투자 부담에 시너지 효과가 관건
신세계그룹 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확정되면서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계의 판도가 바뀌게 됐다. 신세계가 네이버에 이어 2위 사업자로 급부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추가 투자 부담도 안아야 하는 상황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3조4천억원대 베팅이 최종적으로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재무구조가 악화하는 '승자의 저주' 우려는 넘어야 하는 산이다.
◇ 신세계그룹, 점유율 15%로 이커머스 업계 2위 도약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의 지난해 거래액은 약 4조원으로, 시장점유율이 3% 수준에 그쳐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 시장에서는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으로 거래액이 20조원(시장점유율 12%)에 이르는 3위 이베이코리아를 품에 넣으면서 단숨에 시장 점유율 2위 업체로 올라서게 됐다.

업계 1위인 네이버의 시장점유율은 18%, 쿠팡은 13%로 추산된다. 온라인 무대가 네이버-신세계-쿠팡 '3강 체제'로 재편되는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놓고 맞붙었던 롯데그룹과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격차를 크게 벌리게 됐으며 이마트 부문 내 온라인 비중도 약 50%에 이를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유통업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한 것이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다. 신세계그룹이 "미래 유통은 온라인 강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이번 인수는 단순히 기업을 사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기회를 사는 거래"라고 강조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신세계그룹은 또 그룹 사업 구조를 온라인으로 전면 개편하고 물류 투자를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 당분간 별도 운영 전망…장기적으로 시너지 기대
이베이코리아는 당분간 현재처럼 별도의 플랫폼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신세계는 지난 4월 인수한 여성 전문 패션 플랫폼 W컨셉도 핵심 경쟁력 유지를 위해 별도로 운영 중이다.

그러나 SSG닷컴 회원이 G마켓이나 옥션 등에서 구매하면 혜택을 제공하는 등 신세계그룹과 이베이코리아 간 협업 확대가 예상된다.

W컨셉도 신세계백화점의 화장품 편집숍인 시코르가 숍인숍 형태로 입점하는 등 협력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SSG닷컴이 신선식품과 패션 등의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고, 이베이코리아는 비(非)식품에 강점이 있다는 점에서 신세계는 시너지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신세계 입장에선 식품과 패션 중심에서 벗어나 상품군이 대폭 늘어나는 데다 이베이코리아가 국내에서 20년간 영업하며 확보한 고객과 판매자 데이터, 상품 기획자(MD), 정보기술(IT) 개발 인력 등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 정용진의 베팅 성공할까…'승자의 저주' 우려도
인수가를 두고 여러 설이 돌았으나 신세계는 최종적으로 이베이코리아의 지분 80.01%를 3조4천404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당초 신세계와 네이버가 80대 20으로 인수 비용을 부담할 계획이었으나 네이버가 막판에 발을 빼면서 신세계 단독으로 지분 100%를 인수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점까지 고려할 때 인수가 자체는 큰 부담이 아니라는 업계의 평가가 나온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로 이마트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637억원이다.

이마트가 지난달 서울 가양점 토지와 건물을 6천820억원에 매각한 것을 더하면 1조7천457억원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스타필드 시티 등을 담보로 대출과 회사채 발행 등을 검토하고 있다.

보유 중인 삼성생명 지분 가치도 약 9천500억원에 달해 자금 조달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수 후에도 시너지 창출을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추가 투자가 필요해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두고 맞붙었던 롯데쇼핑은 인수를 접으면서 "투자비와 소요시간을 고려할 경우 검토 착수 시 기대했던 것보다 시너지 실현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합병 이후 화학적 통합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다만 이베이코리아가 꾸준히 영업이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은 작다는 증권가의 분석도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이베이코리아 인수와 관련해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며 인수 후 시너지 효과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