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일으킨 건물 철거, 필수서류 안전점검표 없이 계획 승인

공정별 필수확인점 표기…광주 동구청 "공사 끝나면 제출인 줄"
철거건물 붕괴참사가 발생한 재개발 사업지의 인허가권을 행사한 지방자치단체가 필수 서류인 안전점검표가 빠진 건축물 해체계획서를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의당 심상정(경기 파주) 의원과 광주시 등에 따르면 광주 동구청이 허가를 내준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지의 건축물 해체계획서에는 안전점검표가 누락됐다.

국토부 관련 고시는 건축물 해체계획서 허가를 신청할 때 구조안전계획에 안전점검표를 첨부하도록 규정한다.

건축물 해체계획서 허가 절차에는 내용 적합성 판단과 함께 필수서류 첨부 여부 확인이 포함된다. 안전점검표에는 건축물 해체 주요 공정별 필수확인점을 표기해야 한다.

주요 공정은 마감재 해체 전, 지붕층 해체 전, 중간층 해체 전, 지하층 해체 전 등 현장 조건에 따라 선정할 수 있다.

필수확인점이란 공사 수행 과정에서 감리자 입회 점검과 서면 승인 없이는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없도록 공정 구분을 하는 지점을 뜻한다. 동구는 안전점검표가 누락된 건축물 해체계획서를 승인한 이유로 "감리자가 제출하지 않았다.

해체 공사가 끝난 뒤 제출하는 감리완료보고서의 첨부서류에 해당하는 줄 알았다"며 잘못된 규정 해석을 내놨다.

심 의원은 "요건에 맞지도 않은 건축물 해체계획서를 허가해줘 공사 절차마다 점검이 이뤄질 수 없도록 했다"며 "허가청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법 다단계 도급 구조로 건축물 해체가 진행된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지에서는 지난 9일 철거 중인 건물이 통째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붕괴 건물 옆 정류장에서 멈춰 선 시내버스가 잔해에 깔리면서 탑승자 9명이 숨지고 8명은 다쳤다.

경찰은 공사 관리자와 굴착기 기사 등의 진술, 현장 정밀조사 내용 등을 토대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지난 22일 구속된 철거 공사 감리자는 안전 점검 의무를 소홀히 하고, 감리일지조차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확인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