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에 일본 음악인들이 '서울 과거사 콘서트' 참여한다면 [김동욱의 하이컬처]

독일과 러시아 음악인들이 참여한 독·소 전쟁 발발 80주년 연주회에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을 연주하는 러시아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캐나다-폴란드 피아니스트 얀 리시스키/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 홈페이지 캡처
1941년 6월 22일 나치 독일은 전격적으로 300만 대군을 앞세워 소련을 침공합니다. '바르바로사 작전'이 개시된 것입니다. 올해 같은 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선 나치 독일의 소련 침공 80주년을 맞아 독일과 러시아 등 14개국의 젊은 음악인들이 참여한 대규모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에 따르면 독일이 소련을 공격한 지 80년이 되는 말 러시아의 유명 지휘자인 발레리 게르기예프 지휘로 독일과 양국의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러시아-독일 음악 아카데미'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양국의 구원을 씻는 역사적 화해를 모색한 연주회라는 설명입니다.이 행사는 러시아의 재벌 가즈프롬이 후원했으며 러시아와 독일 음악인 외에도 12개국에서 음악인들이 동참했습니다.

이날 연주회에선 표트르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과 캐나다와 폴란드 국적의 피아니스트 얀 리시스키의 협연으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3번 등 러시아와 독일을 대표하는 곡이 연주됐습니다.

2020년 2차 대전 종전 75주년을 기념해 러시아 작곡가 올가 보트시츨리나가 작곡했지만 코로나19확산으로 초연이 미뤄졌던 작품도 관객에게 첫선을 보였습니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외무부가 대독한 축사에서 "80년 전 역사상 가장 치열한 전쟁이 시작됐지만, 소련의 붉은 군대는 복수자가 아니라 해방자로 독일에 갔다"고 주장했습니다. 독일이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 포위 때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양국의 정치적 화해를 호소했다고 합니다.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연주회 소식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뉴스인 것 같습니다.

우리로 치면 8.15 광복절에 일본의 유명 음악인들을 포함한 다국적 음악인들이 기념 연주회를 여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이벤트가 벌어진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