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중앙은행의 변심, 내년말 시장 흔든다[이미선의 채권시장 view]

[한경 CFO Insight]

한국과 미국 통화정책 변화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연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경제가 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2월 전망치인 3% 대비 큰 폭으로 상향했고, 물가상승률 전망도 1.3%에서 1.8%로 높였다.

기자회견에서 한국은행 총재는 한은이 예상하는 올해 경제성장이 현실화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발언은 곧 올해 4% 내외의 성장이 확인된다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신호로 해석됐다. 미국보다 먼저 한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선 "미국이 여전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을 때 우리가 여건에 맞게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시작한 후에야 우리가 인상에 나선다면 향후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에 따라 우리가 금리인상을 서둘러야 할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지난 10일과 11일에는 한은 부총재와 총재가 연이어 "경기 상황에 따라 기준금리를 한 두 번 인상하더라도 긴축으로 보기는 어렵다", "견실한 경제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향후 적절한 시점부터 통화정책을 질서있게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발언해 금리인상이 곧 시작될 수 있음을 알렸다. 5월 금통위에서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대다수 채권시장 참여자들이 여전히 연내 금리인상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자 시장 전망과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한국은행이 좀 더 적극적인 의사소통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 이후 한은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해 대응했다. 통화 완화와 재정확장정책으로 올해와 내년 글로벌 경제는 각각 4%, 3%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적인 경기부양 필요성은 낮아진 반면, 특정 자산으로의 자금 쏠림과 부채 증가 등 저금리에 따른 잠재적 위험은 다소 높아졌다. 한국은행은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씩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중앙은행(Fed) 역시 통화정책 정상화를 향해 한 발짝 다가섰다.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6.5%에서 7.0%로 상향했고, 물가상승률 전망도 2.4%에서 3.4%로 대폭 상향했다. 위원 중 대다수는 2023년 1~2번의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예상했다.Fed는 기준금리 인상 이전에 현재 실행중인 월 1200억 달러 규모의 채권매입 규모를 먼저 줄여나가야 한다. 현재 연준 내에서는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에 대한 논의는 시작되었으나 구체적인 일정이나 규모 등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 미국은 오는 9월 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 실행 계획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며, 실제 자산매입 축소는 내년 상반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산매입 축소가 6~12개월에 걸쳐 진행된다면 Fed의 기준금리 인상은 빠르면 내년 말부터 시작될 수 있다.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연준이 금융시장에 공급하는 초과 유동성 규모가 줄어들게 된다. 테이퍼링이 중반 정도까지 진행되더라도, 초과 유동성 공급이 줄어드는 데 그치고 시중 유동성이 흡수되는 단계까지 이르지 않아 일반적으로 위험자산 가격이 상승세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미 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고, 보유자산 규모가 줄어드는 본격적인 유동성 흡수 단계부터는 위험자산 가격이 흔들릴 위험이 높아진다. 그 시점은 내년 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