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화폐’ 오명 쓴 비트코인…친환경 채굴 가능할까

북미를 중심으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비트코인 채굴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은 인터넷만 있으면 어디서든 가능해 오히려 신재생 에너지 확산의 촉매제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경ESG] 이슈 브리핑
북 텍사스 유전의 데이터센터를 천연가스 발생기로 가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비트코인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양립 가능성에 대한 토론이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에 들어가는 화석연료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며 “비트코인을 이용한 테슬라 차량 구매를 중단한다”고 전격 선언했다. 중국 정부도 전력 과다 사용을 이유로 중국 내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했다.이후 일론 머스크가 “청정에너지 사용이 확인되면”이라는 단서를 달아 조건부 비트코인 결제 재개를 선언했지만 그 파장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비트코인이 ESG 논란에 발목을 잡힌 모양새다.

전기 먹는 괴물 된 비트코인

비트코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이슈는 비트코인으로 소모되는 막대한 전력과 범죄자금으로 활용될 우려 등에 따른 거버넌스 붕괴다. 모두 ESG 측면에서 큰 리스크로 작용하는 부분이다. 먼저 과도한 전력 사용과 관련한 비트코인의 환경 리스크는 최악으로 평가받는다. 비트코인의 채굴 원리는 작업증명(PoW)이다. 새로운 블록을 블록체인에 추가하는 과정에서 그 보상으로 코인이 주어진다. 금광에서 금을 채굴하는 과정과 비슷해 ‘채굴’이라고 부른다.

초기엔 비트코인 가격이 낮고 경쟁이 심하지 않아 소모되는 전력도 유의미한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치솟으면서 심각한 문제가 됐다. 채굴 전문 주문형 반도체칩(ASIC)이 등장했고 네트워크 확장과 채굴 산업화 등으로 전력 소모량이 폭증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전력 공급의 상당 부분이 화석연료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가 인기를 끌수록 더 많은 탄소 발자국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비판한 이유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비트코인으로 인한 연간 전력 소비량 추정치는 133.68테라와트시(TWh)를 기록했다. 이는 스웨덴의 한 해 전력 사용량을 넘어서는 수치다. 북미로 진출하는 비트코인 채굴 업체들

실제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채굴은 이미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6월 11일 미국 나스닥에 입성한 헛 8 마이닝(Hut 8 Mining)을 비롯해 20개 이상의 채굴 업체가 북미 증시에 상장됐다. 채굴 업체들도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에 들어갔다. 영국의 아르고 블록체인과 캐나다의 DMG 블록체인은 지난 5월 ‘크립토기후협약(CCA)’에 가입했다. CCA의 최종 목표는 2040년까지 암호화폐 산업을 신·재생에너지로만 운영해 탄소배출량을 ‘제로(0)’로 유지하는 것이다. 북미에서는 에너지 소비 투명성을 위해 ‘비트코인 채굴위원회’가 출범했다.

미국의 결제 기업 스퀘어와 투자사 아크 인베스트먼트가 공동 발간한 보고서는 인터넷만 있다면 어디서든 비트코인을 채굴할 수 있어 에너지 공급 방식이 유연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신·재생에너지는 대부분 특수한 자연환경이 생산의 전제가 된다. 생산지와 소비지의 거리가 멀어 전력 운반에 또 다른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비효율성도 문제였다.이 보고서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비트코인과 재생에너지를 결합하면 서로가 가진 단점을 보완할 수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비트코인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촉진하는 매개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다.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승인한 남미 엘살바도르는 ‘친환경 채굴 계획’을 발표했다. 화산 지열을 활용해 비트코인을 채굴하겠다는 것이다. 화산을 통해 가열된 지하의 물이 터빈을 회전시키는 증기를 뿜어내면 이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는 구상이다.

텍사스 주까지 진출한 아르고 불록체인은 신·재생에너지로만 채굴을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르고 블록체인은 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캐나다와 미국에 6개의 채굴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채굴 수익도 지난 1분기에만 1860만 달러를 돌파했다.

현재 비트코인이 뒤집어쓴 ‘더러운 화폐’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에너지 전환이 불가피하다.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비트코인이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인터뷰] 한중섭 한화자산운용 디지털자산팀장
“북미 채굴 업체는 이미 신·재생에너지 사용...장기적으로 해결 가능성 높다”

한중섭 한화자산운용 디지털자산팀장은 꾸준히 디지털 자산과 가상화폐에 대한 연구를 하며 매달 보고서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크로스앵글·한화자산운용 ESG위원회와 함께 ‘비트코인과 ESG’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친환경 암호화폐의 등장도 눈에 띈다. 실제로 친환경에 가깝다고 볼 수 있나.
“잠재력은 있으나 검증되지는 않은 일종의 마케팅 용어라고 본다. 대부분 친환경 암호화폐라고 소개된 것은 채굴이 아닌 다른 알고리즘을 사용하기 때문에 ‘친환경’이라는 주장을 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비트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암호화폐 중에서는 비트코인만큼 네트워크를 확보한 곳이 없다. 지금은 ‘어떤 것이 친환경이다’, ‘지속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 내리기는 힘들다.”

- 재생에너지로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것은 어떻게 보나.
“잠재력은 매우 크다고 본다. 아크 인베스트먼트가 발간한 보고서는 오히려 비트코인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는 시각으로 본다. 기존 신·재생에너지가 가지고 있던 공급 시기와 수요 시기가 불일치하는 한계를 비트코인 채굴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주로 북미 지역 채굴 회사들이 이미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기업 경영 자체에 ESG가 내재돼 있고 상장한 채굴 회사들이 많아 안정성도 높다. 핀테크 기업 스퀘어는 친환경 비트코인 채굴을 위한 프로젝트에 약 1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중국에 집중돼 있던 채굴 헤게모니가 분산될수록 에너지 문제는 장기적으로 해결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채굴 구조에 따른 에너지 문제 말고도 범죄자금에 활용되는 문제도 제기된다.
“비트코인도 화폐인 만큼 현금과 마찬가지로 가치 중립적이다. 실제로 불법적 사용 규모는 현금(달러) 대비 미미한 수준이다. 전 세계 불법자금 세탁 규모는 8000억~2조 달러인 데 비해 비트코인은 100억 달러 정도다. 또한 익명성, 추적의 어려움 등을 들어 비판하는 경우도 있는데 가상 자산을 취급하는 업체들은 기본적으로 추적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서비스 업체들의 서비스 고도화가 오히려 거래내역에 대한 투명성 보장을 높이고 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서도 가상 자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확정해두고 각 국가에서 이에 대한 규제를 정비하고 있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