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e커머스…이베이 품은 신세계·커머스 재소환 카카오

온라인 쇼핑 판이 바뀐다
신세계, 3.4조에 이베이 품고 e커머스 2위로
카카오, 카카오커머스 재합병…'카카오점' 준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3월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SSG 랜더스 창단식에서 구단기를 흔들고 있다. 민경삼 SSG 랜더스 대표(뒷줄 오른쪽부터), 김원형 감독과 선수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허문찬 한국경제신문 기자 sweat@hankyung.com
그야말로 '쇼핑의 판'이 바뀌고 있다. '손안의 쇼핑' 시장이 무섭게 크면서 유통업의 대세가 e커머스(전자상거래)로 넘어가 버렸기 때문이다. 쑥쑥 크는 e커머스 시장에서 1위 사업자는 포털사이트 네이버다. 여기에 10년 새 '로켓 성장'한 쿠팡이 입지를 넓히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유통업계에선 신세계그룹이, IT업계에선 카카오가 결단을 내렸다. 올해 e커머스 시장에서 격전이 예견되는 이유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3조4000억원에 이베이코리아를 품고 네이버와 연합해 e커머스 강자로 거듭나기 위해 박차를 가한다. 신세계그룹 계열 이마트는 지난 24일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해 설립한 에메랄드에스피브이가 미국 본사인 이베이아이앤씨(eBAY INC)와 이베이코리아 유한책임회사 지분 매매에 관한 주요 계약조건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지분 80.01%를 3조4404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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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은 e커머스 시장에서 거래액 24조원(이베이코리아 20조원·SSG닷컴 4조원)을 확보, 네이버(27조원)에 이은 2위 사업자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또한 사업구조를 '온라인과 디지털' 중심으로 탈바꿈한다는 방침이다. 혈맹을 맺고 '반(反) 쿠팡 연합'을 꾸린 e커머스 1위 네이버와 함께 쿠팡을 상대로 정면 승부에 나설 전망이다.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의 유료 멤버십 고객 270만명과 국내 최대 규모의 판매자를 얻게 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극강의 온라인 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신세계가 온·오프라인 통합 기준 국내 1위 유통 사업자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전문가들은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신세계가 규모의 경제를 구현한 점, 기술력과 인력 등 무형자산을 확보한 점 등에 비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향후 플랫폼 고도화 등 시너지 창출도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점유율 상승 외에도 중장기적으로는 이베이가 보유한 플랫폼 영향력과 IT 역량, 그리고 이마트가 보유한 물류 및 상품기획(MD) 역량이 결합해 쿠팡과 같이 커머스의 전 과정이 수직계열화 된 엔드투엔드 커머스(End to End Commerce) 사업자로의 도약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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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에선 카카오가 그동안 약했던 쇼핑 부문 강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는 우선 분사했던 카카오커머스를 재소환하고 카카오점(店)을 다음달 론칭할 계획이어서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카카오는 2018년 분사한 카카오커머스를 본사로 흡수합병 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운영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카카오커머스 재합병에 대해 "격화되고 있는 모바일커머스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시너지 효과가 분명히 나타날 전망이고, 시장 경쟁력 제고도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카카오점은 톡 채널 내 온라인 상점이 구현되는 오픈형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와 같이 다양한 판매자를 끌어들일 전망이다. 네이버쇼핑과 달리 카카오점은 입점 업체에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입점 업체에 이용자 데이터까지 제공하는 개방 플랫폼을 지향한다. 계획대로라면 종합e커머스 플랫폼 도약도 머지 않을 전망이다. 카카오톡 '쇼핑하기' 채널 친구 수가 전년 동기 대비 700% 뛴 420만명(23일 기준)에 달하는 만큼 향후 추가적인 파급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박지원 교보증권 연구원은 "현재 카카오톡은 카카오싱크 연동 제공,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 인수, 기업대기업(B2B) 선물하기 기능 확대 카카오점 론칭 등을 통해 커머스 기능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향후 커머스 앱으로 카카오톡 발전 속도가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이같은 흐름에 따라 국내 e커머스 시장이 전례 없는 격전지가 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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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세간의 관심은 최근 물류센터 화재와 쿠팡이츠 블랙컨슈머(악성 민원을 고의적·상습적으로 제기하는 소비자)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쿠팡(22조원)의 대응에 쏠린다.

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국내 e커머스 3위 사업자로 밀려났지만 실탄과 저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증시 상장으로 자금을 확보한 상황에서 해외 진출과 배달앱 쿠팡이츠 등 신사업과 함께 국내 시장에서도 마케팅전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쿠팡은 올해 막강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시장 재편을 도모할 것"이라며 "쿠팡의 막강한 자금력과 역마진 시장점유율(MS) 확대 기조를 감안하면 이베이코리아의 시장점유율 유지 또는 회복을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신세계의) 마케팅비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또한 밀월 관계를 맺고 있는 네이버와 이마트 간에도 3자 거래 유통을 놓고 이해 관계가 갈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를 통해 3자 거래 유통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이마트는 쿠팡은 물론, 네이버와도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또다른 변수는 이달 말로 연기된 배달앱 2위 요기요 인수전이다. 물류창고에서 소비자에게 상품이 전달되는 '라스트 마일' 관련 물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만큼 막판 예기치 못한 유통기업의 참전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SSG닷컴을 내세워 입찰을 검토했던 신세계는 불참으로 가닥을 잡았고, 롯데쇼핑은 요기요 인수전에는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물러난 롯데, SK텔레콤 역시 e커머스 확충에 나서야 하는 입장"이라며 "유통과 IT업계 기업들이 모두 e커머스 사업 확장에 나선 만큼 영역을 불문하고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