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에도 유전자가 있다

마케팅 신간 서적 저자 기고
■ 「당신의 가격은 틀렸습니다」저자, 김유진
가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살아있는 생물입니다. 이 가격은 지금도 여러분 곁에서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얼마나 생동감이 넘치는지 미쳤다는 소리도 듣고, 여러분을 화나게도 하며, 때로는 착하다는 소리도 듣습니다. 이렇게 살아 숨 쉬는 생물인 만큼 가격에도 유전자가 있습니다. 바로 ‘가격유전자’입니다.

가격유전자와 이를 활용하는 노하우만 알면 굉장히 파워풀해집니다. 그리고 경쟁자들과 달리 뻔하지 않게 가격을 인상할 수 있습니다.

가격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사실 이 ‘유전자’라는 개념만큼 잘 들어맞는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 개념을 인식해야 기존 제품과 서비스를 해체하고, 조립하고, 재결합할 수 있습니다.
“가격이 유전자로서 인정받으려면 그 속에 정보를 담아야 합니다.”

가격표에 괜히 정보를 담자고 당부한 것이 아닙니다. 척 보면, 한번만 들으면 누구나 알 만한 정보가 담겨있어야 유전자로서 자격이 있습니다.

지역에 따라 상권에 따라 다르지만 볼링장, 당구장, PC방, 목욕탕, 헬스클럽 이용료를 비롯해 짜장면, 김치찌개 값처럼 고객의 뇌리에 깊숙이 박혀 있는 가격과 이 가격을 구성하는 정보들이 유전자인 셈입니다.

동네 사람들은 다 같이 공감하는, 그래서 약간만 튀는 돌연변이 가격이 나타나도 당황스러워하는 것이 다 가격유전자 때문입니다.5만원이라는 가격을 예로 들어볼까요? 이 돈으로 살 수 있는 음식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제주도 통갈치구이는 어림없겠지만 치즈라면을 먹기에는 큰돈입니다.

5만원이라…. 여러분과 제 머릿속에 떠오른 메뉴들은 아마도 비슷할 겁니다. 스테이크 코스, 한정식 저녁 B 세트, 칠레 와인 한 병….

고객의 뇌는 생각보다 단순한 구석이 있습니다. 5만원이라는 가격과 음식이라는 두 가지 단서를 제공하면 스스로 이 둘을 매칭하고 완성하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약간만 시간을 제공하면 머릿속에 이미지가 쭉 펼쳐집니다. 그렇게 나열된 구성 요소들이 바로 가격유전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입니다.

만약 스테이크 코스가 떠올랐다면? 식전 빵, 수프, 샐러드, 스테이크, 디저트, 커피의 이미지들이 줄을 섭니다.

우리 몸의 세포처럼 하나의 상품을 구성하고, 유지하고, 완성체가 되도록 유기적인 관계를 이루는 가격유전자에 대한 정보를 우리는 단박에 수집할 수 있습니다. 여러 차례의 경험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입력된 정보 덕분이죠.

내 고객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가격유전자는 얼마일까요? 만약 내가 판매하고 싶은 메뉴가 김치찌개라면 가격유전자는 전국 평균 약 7000원이며, 구성은 이렇습니다.

김치찌개 = 김치 + 냄비 + 불 + 고기 + 공깃밥 + 찬

이렇게 누구나 상식적으로 아는 구성 요소들을 변형하거나, 추가 혹은 업그레이드해야 정보가 바뀌고 가격유전자가 변형됩니다. 그리고 변형된 형태로 고객들의 뇌에서 유전됩니다.

가격유전자 변형하기

만약 이런 가격유전자를 벗어나 최대 지불 가격을 만들고 싶다면 과감하게 유전자를 수술해야 합니다.

은주정 김치찌개 = 김치 + 냄비 + 불 + 고기 + 대접 밥 + 찬 + 쌈

<수요미식회>에 나와서 유명해진 은주정의 김치찌개는 그냥 김치찌개가 아니라 쌈 싸먹는 김치찌개입니다.

구성 요소가 바뀌면 어떤 효과가 있다? 그렇습니다, 이제껏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김치찌개의 가격유전자가 바뀝니다. 더 비싸게 받을 수 있죠.

추가 서비스가 있으니 당연히 더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 받아들이실 수도 있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가격을 구성하는 정보를 자유자재로 변형할 수 있어야 가격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마구 퍼주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습니다. 이제는 퍼주더라도 반드시 ‘저항감 없는 가격 인상’과 동반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음식점 = 고기 + 불 + 판 + 장 + 밥 + 술
슈퍼마켓 = 과일 + 고기 + 카트 + 주차장
숙박 = 침대 + 욕실 + 스타일러 + 컴퓨터
제과점 = 밀가루 + 설탕 + 소금 + 버터 + 패키지 + 치즈
이용업/미용업 = 가위 + 의자 + 샴푸 + 가운 + 커피
세탁소 = 세탁기 + 세제 + 재봉틀 + 단추 + 실
욕탕업 = 물 + 욕조 + 사우나 + 비누 + 샴푸 + 헤어드라이어
노래방 = 마이크 + 모니터 + 책 + 탬버린 + 에어컨
피시방 = 컴퓨터 + 의자 + 헤드셋 + 라면 + 흡연실

어렵게 생각하실 필요 없습니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각 가격이 담고 있는 정보를 바꿔주면 됩니다.

이제껏 조용히 유전되어 오던 가격을 인상하기 위해서는 구성 정보의 업그레이드가 필수입니다. 이런 가격유전자의 수술 없이 진행되는 ‘물가상승률에 동반한 어쩔 수 없는 가격 인상’은 더 이상 존재하지 못해 멸종 수순을 밟게 됩니다.

덜 지불하고 싶은 인간의 본능을 누르고, 지금까지 유전되어 온 가격을 자유자재로 인상하고 싶다면 유전자 변형에 집중하세요.

왜 이렇게 복잡하게 노력하느냐고요? 이유야 간단합니다. 고객들로 하여금 상식적인 가격유전자를 잊게 만들어 더 비싼 가치와 격으로 대접받기 위해서입니다. 데칼코마니 같은 경쟁업체들과 비교당하기 싫어서이기도 하고요. 결국, 가격유전자 변형에 나선 용기 있는 선구자가 새로운 시장을 창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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