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소지로 성직박탈된 그리스 사제, 주교들에 산성물질 테러(종합)

징계 청문회 참석 주교 등 10명 화상…변호인은 정신질환 주장
마약 밀반입 범죄로 성직 박탈 선고를 받은 그리스 정교회 30대 사제가 주교들에 산성 물질을 뿌리는 테러를 가해 다수가 부상했다고 dpa 통신·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37세인 이 사제는 23일 아테네에서 열린 정교회 징계 청문회에서 성직 박탈이 확정되자 징계심의위원으로 참석한 주교들을 향해 산성 물질을 뿌린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2018년 6월 성직복 속 은밀한 부위에 코카인 1.8g을 소지하고 있다가 적발되는 등 여러 문제를 일으켜 이듬해 성직에서 쫓겨났다.

당일 징계 청문회는 이 조처를 최종 확정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이 사제는 당시 성직 박탈이 확정되자 갑자기 플라스틱병을 꺼내 들고서는 안에 든 산성 용액을 주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뿌렸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산성 물질은 인터넷으로 구입된 것이라고 한다.

그는 청문회 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협박성 글을 올리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일로 주교 7명을 비롯해 현장에 있던 경찰관 1명과 변호사 2명 등 총 10명이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7명은 피해 하루 뒤인 24일 퇴원했으나 상태가 심각한 주교 3명은 여전히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한 명은 성형수술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현장은 피해자들의 핏자국과 그을린 벽, 구멍 난 성직복 등으로 참혹한 모습이라고 현지 방송은 전했다.

사제는 범행 직후 현장에서 체포됐으며, 현재는 정신질환 감정을 위해 아테네의 한 정신병원으로 옮겨진 상태다.

사법당국은 피의자 진술 내용과 정신 감정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용 혐의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변호인은 정신 질환을 앓는 피의자가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대미문의 사건에 그리스 정교회와 정치권은 큰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정교회 측은 "끔찍스럽고 전례 없는 공격"이라고 규탄했고,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도 비열한 공격이라고 비난하며 부상한 주교들에 가능한 한 모든 의료적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에카테리니 사켈라로풀루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이번 사건에 혐오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 피해자들에 위로의 말을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