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국채선물 투매…3년물 국채금리 17개월래 최고치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3년물 국채금리 연 1.441%
작년 1월 후 최고치
"연 1.6%로 뛸 수 있다" 전망도

4226조 빚더미 떠안은 가계기업
좀비기업·취약차주 경고음
사진=연합뉴스
외국인 투자자가 단기 국고채 선물과 주식을 대거 팔고 있다. 외국인 매도 행렬에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1년 5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오름세를 보이는 시장금리에 4000조원을 웃도는 부채를 짊어진 가계·기업의 빚 상환 압박도 커질 전망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25일 3년 만기 국채선물을 7533계약(액면가 7533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달 1~25일에만 국채선물 7만8525억계약(액면가 7조8525억원)을 팔아치웠다. 월간 순매도 기준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4년 후 최대치다. 외국인은 3년 만기 국채선물을 지난 3월 5557계약을 순매도한 데이어 4월과 5월에 각각 1만1751계약, 4만6271계약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국채선물을 집중 투매하면서 금리도 치솟고 있다.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달 25일에 0.057%포인트 상승한 연 1.441%로 집계됐다. 2020년 1월20일(연 1.455%) 후 1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올해 최저치인 지난 1월 5일(연 0.936%)보다 0.5%포인트 이상 뛴 것이다.

3년 만기 국채 지표물이 바뀐 것도 작용했지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내 금리인상 신호를 내비친 영향이 컸다. 이 총재는 이달 11일 한은 71주년 창립기념식에선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날은 “연내 늦지 않은 시점에 통화정책을 질서있게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올해 8월에 한은이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외국인은 국채선물은 물론 주식도 정리하고 있다. 이달 1~25일 코스피시장에서 705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달 8조1565억원어치를 순매도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국내 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다. 시장금리가 뛰는 데다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 행렬이 이어지면서 국내 자산시장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 따라 시장금리도 더 큰 폭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은이 8월에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연 1.5%까지 뛸 수 있다"며 "성장과 물가에 대한 눈높이가 올라가고 내년 2번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면 3년물 국고채 금리는 1.65%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빚이 많은 일부 가계·기업의 이자비용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올해 1분기 말 민간부채(자금순환표 기준 가계·기업부채)는 4226조원으로 작년 1분기 말보다 362조원 늘었다.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는 각각 2045조원, 2181조원으로 202조원, 160조원 늘었다. 지난 1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와 기업부채의 비율은 각각 104.7%, 111.6%로 집계됐다.

빚더미에 놓인 저소득층 가계와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비용도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을 중심으로 금리인상으로 직격탄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개 이상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하고 저소득층(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취약차주는 지난 1분기 말 전체 가계의 6.3%에 달했다. 같은 기간 이들이 금융회사서 빌린 차입금은 87조5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 기업) 비중은 조사 대상인 상장·비상장 기업(2520개) 가운데 39.7%로 2019년보다 4.6%포인트 상승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