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경·장하나와 엎치락뒤치락…임진희, 5타차 뒤집고 대역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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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2127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파72·6610야드) 17번홀(파3). 임진희(23)의 티샷이 러프에 빠졌다. 쉽지 않은 두 번째 샷으로 공을 그린에 올리긴 했지만 공은 야속하게도 홀에서 11m나 떨어진 곳에 자리잡았다. 이날만 다섯 개의 버디를 뽑아내며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던 그에게도 만만찮은 거리. 임진희는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퍼터를 잡았다. 심호흡을 한 뒤 밀어보낸 공은 그린을 가로질러 홀 안으로 들어갔다.
무명 설움 딛고 정상에
최종일 6타 줄여 10언더파
17·18번홀서 연속 버디로 역전
김새로미, 3R서 홀인원 행운
'마의 12번홀'선 선수들 '쩔쩔'
마지막날에만 이글 4개 쏟아져
나흘간 총 12개…대회 신기록
장하나(29) 이정민(26) 등 쟁쟁한 톱 랭커와 공동 선두에 이름을 올린 상황. 생애 첫 우승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지만 임진희는 긴장감에 무너지지 않았다. 18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홀 바로 옆에 붙이는 그림 같은 장면을 만들어내면서 1타를 더 줄였다. 최종합계 10언더파. 임진희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21 우승자로 우뚝 서며 한국 여자골프의 새 주역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58번째 도전 끝에 우승
임진희가 57전58기 끝에 KLPGA투어의 새로운 신데렐라로 탄생했다. 그는 이날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를 묶어 6타를 줄였고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를 쳐 정상에 올랐다. 2018년 정규투어에 데뷔한 지 3년 만이자 58개 대회 만에 거둔 쾌거다. 이전까지 출전한 57개 대회에서 통산 상금 1억8385만원을 모은 그는 이번 대회 우승상금으로만 통산 상금의 70%에 가까운 1억2600만원을 챙겼다. 상금랭킹도 12위(1억4586만원)로 껑충 뛰었다. 여기에 2023년까지 투어 카드를 확보하면서 시드 걱정도 날려 보냈다.최종 라운드에서도 리더보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내내 요동쳤다. 김수지(25)가 9언더파로 단독 선두, ‘디펜딩 챔피언’ 김지영(25)이 1타 차 2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다. 임진희는 선두에 5타 뒤진 4언더파 공동 13위였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임진희는 4라운드 첫 홀부터 조용히 돌풍에 시동을 걸었다. 1번홀(파5)을 버디로 기분 좋게 시작했다. 2번홀(파4)에서 퍼트 실수로 보기를 기록하긴 했지만 4번홀(파4)부터 다시 맹추격을 이어갔다. 8번(파4) 13번(파5) 15번(파4)홀에서 버디를 이어가며 단박에 선두그룹으로 치고 올라갔다. 그사이 우승 후보였던 김수지와 김지영은 실수를 연발하며 우승 경쟁에서 이탈했다.17·18번홀에서 버디 행진으로 일찌감치 단독 선두로 올라섰지만 여전히 확신은 없었다. 그래도 ‘행운의 언덕’은 임진희를 선택했다. 2위 그룹에 있던 박현경(21) 정윤지(21)에 이어 김새로미(23)까지 마지막 홀에서 버디에 실패하면서 임진희의 생애 첫 우승이 확정됐다.
대회 역대 최다 이글 쏟아져
이번 대회에선 12개의 이글이 쏟아졌다. 2015년 출범한 이 대회의 ‘최다 이글’ 신기록이다. 대회 4라운드에서 장수연(27) 등 4명의 선수가 이글 1개씩을 기록해 마지막 날에만 4개의 이글이 나왔다. 전날 3라운드에서 7개, 1라운드에서 박소연(29)이 기록한 1개의 이글을 포함하면 나흘간 총 12개의 ‘이글 홍수’가 쏟아진 셈이다.이전까지 이글이 가장 많이 나온 대회는 2017년의 11개였다. 당시 대회는 경기 안산시 대부도 아일랜드CC에서 열렸다. 2019년 포천힐스CC로 무대를 옮긴 첫해에 9개, 이듬해 8개의 이글이 나왔다. 가장 적은 이글이 기록된 건 2016년 대회로 당시 1라운드에서 나온 1개가 전부였다.올해 대회에서 가장 많은 이글이 기록된 3라운드에선 홀인원도 1개 포함됐다. 김새로미는 187야드의 11번홀(파3)에서 6번 아이언을 들었고, 공을 홀에 그대로 집어넣었다. 지난 5월 말 E1 채리티오픈에서도 홀인원을 기록한 그는 한 달 새 두 번이나 홀인원을 하는 행운을 누렸다.
선수들이 가장 애를 먹은 홀은 12번홀(파4)로 나타났다. 선수들은 이 홀에서 나흘 평균 4.24타를 기록했다. 선수당 규정 타수보다 0.24타를 더 적어낸 뒤 홀아웃했다는 뜻이다. 이날 톱10에 든 선수 중 이 홀에서 버디를 기록한 선수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어려웠다. 이로써 12번홀은 3년 연속 가장 어려운 홀로 기록되며 ‘마의 홀’이라는 명성을 이어가게 됐다. 이 홀은 지난해 4.15타, 2019년엔 4.22타를 기록하는 등 홀 난도 순위에서 꾸준히 1위를 지키고 있다.
포천힐스CC=조수영/조희찬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