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주얼리, 백화점 1층 점령…화장품 대신 '간판 매장' 꿰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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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신세계·현대百, 올 2분기 매출 52% 늘어올 들어 서울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1층에 명품 주얼리 매장이 7개로 늘었다. 백화점의 얼굴인 1층은 통상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와 화장품 매장이 들어서는 공간이다. 하지만 최근엔 명품 주얼리가 화장품을 밀어내고 지상 2층에서 1층으로 속속 옮겨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혼여행을 제주도로 가는 대신 줄어든 비용을 반지와 같은 예물에 사용하면서 명품 주얼리 매출이 크게 뛰고 있다”고 말했다.
핸드백 이어 '명품 붐' 확산
까르띠에·티파니 등 4대 주얼리
가격 올려도 수입액 작년의 2배
백화점 1층 화장품에서 주얼리로 교체
27일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주얼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52% 늘었다. 롯데백화점 43%, 신세계백화점 51%, 현대백화점 64% 등 백화점 3사 모두 주얼리 매출 상승세가 뚜렷했다. 지난해 주얼리 매출이 전년 대비 30%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장세다. 백화점 관계자는 “명품 핸드백 붐에 이어 주얼리까지 불이 붙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까르띠에, 반클리프 앤 아펠, 티파니앤코, 불가리 등 4대 주얼리 브랜드의 인기가 특히 높다. 목걸이 한 개 가격이 500만원 이상으로 고가이지만 신혼부부들이 결혼 예물로 자주 찾는다.백화점 업계가 명품 주얼리 매장을 유동인구가 많은 1층으로 옮기고 업체 모시기에 나서는 것도 명품붐이 주얼리로 옮겨붙고 있어서다. 화장품 매대가 다수를 차지한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1층에는 까르띠에, 불가리, 티파니앤코와 같은 명품 주얼리를 비롯해 구찌, 골든듀, 비체 등 주얼리 매대를 여러 개 설치해 접근성을 높였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하이엔드 주얼리, 시계를 찾는 고객의 수요가 매년 가파르게 높아지는 추세”라며 “1층에는 화장품 매장이 다수를 차지했는데 최근에는 주얼리 매장을 전략적으로 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현대서울은 2층에 있던 명품 주얼리 브랜드를 1층으로 모두 내려 ‘럭셔리 워치관’으로 구성했다. 최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점에선 명품 주얼리 및 시계 브랜드 13곳이 참여하는 ‘럭셔리 주얼리 페어’를 진행하기도 했다.롯데백화점도 명품 주얼리 및 시계 상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작년 부산본점에 명품 주얼리 업체인 브레게와 다미아니를 신규 입점시켰고, 지난 5월에는 에비뉴엘 잠실점에 프레드를 새로 들였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최근 주얼리 매장 꾸미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압구정본점 1층에는 티파니앤코 등 주얼리 매장을 확장하고 있다.
주얼리 수입액 전년보다 두 배
루이비통, 구찌 등도 주얼리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루이비통은 최근 갤러리아에 주얼리 상품만으로 팝업스토어를 열었고, 구찌는 새로운 주얼리 컬렉션 ‘링크 투 러브’를 선보였다. 대표적인 사치재로 꼽히는 주얼리 시장의 특수는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관세청에 따르면 올 1분기 주얼리 수입액은 2억2046만달러로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주얼리 수입의 53%는 불가리 까르띠에, 반클리프 앤 아펠 등으로 조사됐다. 명품 주얼리 업체들이 최근 수차례 가격을 인상하고 있지만 인기는 여전하다. 까르띠에는 오는 30일부터 주얼리 제품 가격을 6% 인상한다. 지난해 9월 인상 후 10개월 만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코로나19에도 국내 가구 수의 30%인 600만∼700만 가구의 소득은 오히려 증가했다”며 “여유자금이 명품 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