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中 감정'에 속타는 韓 기업들

현장에서

강현우 베이징 특파원
중국에서 김치사업을 하는 대상과 풀무원은 김치의 중국식 표기인 파오차이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중국에서 파오차이라는 이름으로 김치를 판매한다는 이유로 한국에서 불매운동 대상이 될 뻔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중국 관영매체 등이 “김치의 기원은 중국”이라는 식의 ‘김치 공정’을 벌이면서 한국인의 정서를 자극한 상황이어서 이들 기업은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대상과 풀무원이 중국에서 파오차이라는 이름으로 김치를 파는 건 분명히 이유가 있다. 중국 식품안전국가표준(GB)은 김치를 포함한 모든 절임채소를 파오차이로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판매할 수 없다. 독일 양배추 절임인 사워크라우트도 중국에선 파오차이로 팔린다.하지만 이런 해명을 했다가 오히려 양국 소비자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어 두 기업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서 사업하는 기업에 반중 감정이 최대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노동력이 풍부하고 방대한 시장까지 갖춘 중국은 여전히 활용해야 할 대상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중국 사업 관련 소식은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친중 기업으로 낙인찍히는 게 두려워서다.

‘사드 보복’ 이후에도 많은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활약하고 있다. 삼성과 SK 등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들도 시장을 개척해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이런 소식을 굳이 한국에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다. 국민 정서를 거스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반중 감정이 갈수록 커지는 건 분명히 중국의 책임이 크다. 그러나 중국과의 경제 교류에서 얻어낼 것은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중국에서 분발하고 있는 한국 기업에 필요한 건 질책이 아니라 격려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