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 뛰어드는 최재형…윤석열과 '보수 재건 적임자'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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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 "대한민국 앞날 위해 어떤 역할 할지 숙고"…전격 사퇴야권의 차기 유력 대권 주자로 떠오른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사퇴하면서 그 배경과 앞으로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감사원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해친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사퇴하기로 한 건 최 원장 나름의 확고한 신념과 사명감에서 내린 결단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최 원장의 한 측근은 “정치적 셈법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다”며 “국가와 민족을 위해 자신의 역할이 있다면 무슨 일이든 주저없이 할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文정부의 법치 붕괴 우려
원전 감사 놓고 여권 일제히 공격
김오수 검찰총장 임명도 영향준 듯
“감사원장직 수행 부적절하다고 판단”
최 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며 “저의 거취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행보와 관련해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며 확답을 피했다. 대선 출마 가능성에는 “그건 차차 말씀드리겠다”며 여지를 남겼다.최 원장의 이 같은 모호한 답변과 달리 출근길 복장에는 지지층에 대한 메시지가 충분히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태극기가 새겨진 마스크를 쓰고, 붉은색 사선 넥타이를 착용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보수의 상징을 담은 패션”이라며 “야권 대선 주자로서 어느 정도 자신의 색깔을 보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50분께 최 원장의 사의를 곧바로 수용하고 감사원장 의원면직안을 재가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감사원장의 임기 보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최 원장이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며 아쉬움과 유감을 표했다”고 밝혔다.
최 원장의 사퇴와 관련해 그의 측근들은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의혹’ 관련 감사를 하는 과정에서 온갖 외압과 정부의 간섭에 고민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10월 감사원은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지적했고, 정부와 여당은 일제히 최 원장에 대해 공세를 펼쳤다. 이런 와중에 친정부 성향의 김오수 검찰총장이 임명되자 결국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은 지난해 7월 청와대로부터 김 총장을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제청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아 거부했다.정치적 중립, 법치주의 원칙을 강조해온 최 원장이 문재인 정부의 편향된 인사와 법치주의 몰락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측근들의 해석이다.
尹, 중도 낙마도 염두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중도 낙마 가능성도 최 원장의 사퇴를 부추긴 요인으로 분석된다. 최근 ‘윤석열 X파일’의 등장으로 ‘공정’과 ‘정의’란 가치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무너진 보수를 재건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구속시킨 윤 전 총장과 달리 최 원장은 정치권에 빚이 없는 인물”이라며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 전 총장이 보수 진영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인지에 대해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최 원장 역시 윤 전 총장과 마찬가지로 보수 검증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독립운동가인 할아버지와 6·25전쟁 영웅인 아버지 등 집안 배경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 친박(친박근혜) 등 강경 보수 세력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물 검증 차원에서도 윤 전 총장이 가족 관련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것과 달리 최 원장은 정치권의 ‘미담 제조기’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 경기고 재학 시절 몸이 불편한 친구(강명훈 변호사)를 2년간 업고 등교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에 야권에서는 최 원장을 윤 전 총장을 대신할 유력한 대항마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 최 원장이 사퇴 일정을 28일로 잡은 것도 29일 정치 선언을 하는 윤 전 총장을 견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최 원장의 등장이 결국 윤 전 총장에게는 독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입당 시기를 미루고 있는 윤 전 총장과 달리 최 원장의 즉각 입당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