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인' 백미경 작가 "쓰는 내내 편견과 싸웠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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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주말드라마 '마인' 집필한 백미경 작가*이 인터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성 소수자, 계모…편견에 갇힌 여성들의 이야기
"'마인'의 모든 분들이 고생했어요."
재벌가 막장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세상의 편견에 맞서는 여성들의 연대가 그려진 작품이었다. 나만의 '마인'(Mine)이 무엇인지 16부 내내 질문을 던졌던 tvN 주말드라마 '마인'은 수도권 가구 기준 평균 11.2%, 최고 12.6%(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며 막을 내렸다. JTBC '사랑하는 은동아'를 시작으로 '힘쎈 여자 도봉순', '품위있는 그녀', KBS 2TV '우리가 만난 기적', tvN '날 녹여주오' 등 매 작품마다 기발한 상상력과 파격적인 전개로 화제를 모았던 백미경 작가는 '마인'을 통해 또 다시 인간미 넘치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편견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고, 글을 쓰는 내내 주변의 편견으로부터 공격을 받아야 했다"는 백미경 작가는 한경닷컴과 전화 인터뷰에서 "낯선 소재로, 여자들만을 주인공으로 쓴 이야기인데 해외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는 얘길 들었다"면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백미경 작가는 "'마인'을 하면서 많이 어렵고, 힘들고, 외로웠지만, 이 작품에 참여한 모든 분들이 참 많이 고생을 했다"고 함께한 배우, 스태프를 챙기면서 특히 "마지막까지 극을 이끌어준 김서형, 이보영 배우에게 너무나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 지난 27일 '마인'이 종영했습니다. 끝났다고 크게 할 말은 없어요. 새로운 걸 시도했는데, 그걸 봐주신 것에 대해 시청자들께 감사할 뿐이죠. 그래도 '마인'이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에서도 터졌다고 하더라고요. 여자둘이 끌고 가는 드라마인데 글로벌하게 관심을 받는다는 게 의미있는 거 같아요.
▲여자들의 이야기이고, 성소수자등의 소재를 담기도 했어요.
처음엔 제작사로부터 '품위있는 그녀2'와 같은 드라마를 써달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개인적으론 썩 내키진 않았어요. 저는 창작자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거든요. '품위있는 그녀'가 잘 된 작품이지만, 저의 작품을 답습하고 싶진 않았어요. 그래서 '시청률이 안나와도 괜찮냐'고 물었어요. 대신 '좋은 작품, 가치 있는 메시지를 담겠다'고 했죠. 시청률을 생각하지 않고 썼어요. 그래서 성소수자라는 설정도 쓴 거죠. 단순히 화제성을 위해 이용하고 싶지 않았어요. 성소수자라는 설정만으로 거부감을 갖는 사람도 많았어요.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았죠. 그런데 배우의 힘이 엄청나더라고요. 김서형 배우가 그걸 살렸어요.
물론 이보영 배우도 빼놓으면 섭하고요. 정말 잘해줬어요. 중년 여배우 둘이서 이렇게 성공하기 힘든데, 진짜 고생을 많이 했어요.
▲ 왜 편견이었을까요?저에 대해 편견을 가진 사람이 많아요. 제가 작가들 중에도 튀는 캐릭터라.(웃음) 그래서 항상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자신과 다르면 배척하는 성향들이 있잖아요. 그런걸 안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계모라고 다 나쁜가요? 희수(이보영)은 자신이 낳진 않았지만 하준(정현준)이를 위해 모든 걸 바쳐요. 반면 친모 밑에서 자란 한지용(이현욱)은 엄마의 학대로 괴물이 됐고요. 친모는 왜 다 좋고, 계모는 왜 다 나쁜가. 그런 편견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설정만 보시고 막장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도, 엠마 수녀(예수정)가 명품 가방을 드는 것도 모두 편견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편견과 싸웠어요. 모든 편견에 대한 얘길 하고 싶었죠.
▲ 그런 '마인'인데 공개되기 전에 설정만으로 '품위있는 그녀2'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어요.
각오는 했어요. 포맷도 같고 캐릭터도 비슷하니까요. '품위있는 그녀' 우아진(김희선)과 ('마인'의) 희수는 사실 같은 캐릭터라고 봐도 돼요. 재벌가에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갖고, 이타적인 삶을 살려 하죠. ▲ '마인'을 집필하면서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드셨나요?
남이 하지 않은 걸 시도하니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 것들에 대해 제 생각을 설득해야 했어요. 마지막에 주집사(박성연)가 한지용을 죽인다는 설정에 대해서도 반대와 우려가 많았어요. 전 여자들의 연대를 강조하고 싶었어요. 누가 죽이는지, 그게 어떻게 반전이 되는지는 작품을 관통하는 큰 메시지를 봤을 때 중요하지 않았어요. 주변에서 너무 우려 섞인 얘길 많이 하니까, 힘들었죠.(웃음) 결국 제 마음대로 하긴 했지만요.
혼자만의 싸움이니 더 열심히 했어요. 대본이 재밌다고 하시니 더 열심히 하고, 통속극으로 가지 않기 위해 묵묵하게 끌고 갔어요. 어제 마지막회를 보며 혼자 맥주를 마시면서 스스로에게 칭찬했어요.
▲ 작품이 끝난 후 계획이 있을까요?
'마인'은 한 달 전에 탈고해서 이미 제 안에 없어요. 벌써 새 작품을 쓰고 있어요. 내년엔 새작품을 보여드릴게요.
▲ 입담이 좋은데, 그간 왜 인터뷰를 안하셨을까요. 작가는 작품으로 얘기해야죠. 사실 전 예능 섭외도 많이 와요. 저도 예능에 나가면 잘할 거 같은데, 방송인이 될까 봐 안 나가요.(웃음) 작가가 제 천직이에요. 죽을 때까지 이야기꾼으로 살고 싶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