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사망' 중사 유족 "수사 부적절…국정조사 강력 요청"

"국정조사 불가피"
조사본부 감사관실 수사 상대적으로 '미진'
"수사에 대한 기준도 의지도 없어"

사진=연합뉴스

성추행 피해 신고 후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이 모 중사의 유족이 28일 국회 차원의 조사를 강력 요청했다.

이 중사의 부모는 이날 오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지금의 국방부 수사본부(조사본부)와 감사관실 차원의 조사는 부적절하고, 국정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 중사 부친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엄정 수사'를 언급하며 "저와 아내는 그런 대통령님의 말씀을 믿고 신뢰하면서 국방부의 수사를 지켜보고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절박한 한계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감사관실의 조사·수사 상황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조사본부와 감사관실의 조사·수사가 검찰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진하다는 점에서다.

특히, 20비행단의 초동수사 부실 의혹을 수사 중인 조사본부에 대해선 "초동조사 부분과 관련해 아무런 형사적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다가 언론에 떠밀려 단 1명만 입건한다고 밝혔다"며 "스스로 수사에 대한 기준도 없고 의지도 없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조사본부는 당초 초동 수사 담당 수사관 1명만 입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내부 징계에만 회부하려던 20비행단 군사경찰대대장에 대해서도 형사입건이 필요하다는 수사심의위 권고가 나오자 이날 뒤늦게 형사입건한다고 공지했다.

민간 전문가 참여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제도와 관련해서도 유족들은 "국방부 합동수사단의 방패막이로만 느껴진다"고 주장했다.

유족측이 군의 수사와 관련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국방부가 합동수사단을 꾸려 수사에 착수한 지난 1일 기준으로 27일 만이다. 성추행 피해 발생일 기준으로 118일만이자, 사망 추정일(5월21일)로 38일 만이다.

기자회견에는 이 중사 부친과 모친이 함께 참석했다. 부친은 생전 이 중사의 군번줄을 직접 목에 걸고 나와 취재진에게 보여주며 "딸의 명예를 지켜달라.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이 중사 모친은 감정에 북받친 듯 흐느껴 울다가 실신해 중간에 급히 실려나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