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알못] 불법 행동 봤다 하면 신고하는 남편 정떨어집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준법정신이 뛰어난 남편과 이혼하고 싶다는 아내의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결혼 4년 차 아내 A 씨는 평소 불법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을 두고 보지 못하는 남편 B 씨가 불만이다. 신호 위반을 안 하고 항상 사회규범을 준수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될지 의아하겠지만 사연을 접한 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 남편도 아닌데 나도 정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도대체 B 씨의 평소 모습은 어땠을까.

A 씨 주장에 따르면 남편은 무단횡단을 하거나 신호 위반을 하는 차를 보면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이 상대방이 다 들리게 욕을 하곤 했다.

어느 날 두 사람은 운동을 등록하러 헬스장에 갔다.헬스장 직원이 "현금으로 하면 몇 프로 할인이 가능하다"고 안내하자 B 씨는 "그거 다 불법입니다"라며 그 자리에서 어디론가 전화를 해서 신고했다.

함께 재래시장에 갔다가 분식점에서 순대와 떡볶이를 먹은 이들 부부.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카드는 안 된다"고 하자 B 씨는 그 자리에서 신고했다.A 씨 지인이 옷가게를 열었다는 소식에 부부가 함께 찾았다.

가게에 '현금 우대'라고 쓰여 있는 걸 본 B 씨는 또 신고하려 했고 A 씨는 "제발 좀 조용히 넘어가자"고 말렸다.

하지만 가게에서 명품 짝퉁 옷을 파는 것을 본 남편은 끝내 옷가게를 신고했다.이뿐이 아니다.

이들이 자주 시켜 먹는 중국집 사장님은 배달도 직접 하고 단골이라고 종종 서비스도 챙겨주곤 했다.

하지만 어느 날 중국집 사장님이 헬멧을 쓰지 않고 배달하는 걸 목격한 B 씨는 그를 신고했다.

하루는 동네 자주 가는 슈퍼마케에서 금액이 딱 떨어진다는 이유로 봉툿값 안 받고 담아줬다고 신고해서 A 씨는 미안한 마음에 다시는 그 슈퍼를 찾지 못하게 됐다고.

그러던 어느 날. 택시를 타고 가던 중 길을 가던 어떤 시민이 택시를 막아서고 "배가 너무 아프니 병원까지만 태워달라"고 해서 합승을 하게 됐다.

마침 가는 방향이었고 그 승객은 식은땀을 흘리며 정말 감사하다고 병원에서 내렸지만 B 씨는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불법 합승'이라며 택시 번호판을 찍어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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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재활용품 모아놓은 곳에서 폐지 줍는 할아버지가 박스를 가져가자 이를 신고하고 경비원과의 마찰을 빚는 일도 허다했다.

A 씨는 "그냥 좀 넘어가면 안 되냐"고 사정했지만 B 씨는 "왜 그래야 하냐. 법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라고 오히려 따지고 들었다.

A 씨는 "연애 때는 저런 모습 전혀 안 보여서 몰랐는데 결혼하고 나니 매사에 저런 식이라 너무 정이 떨어지는데 제가 이상한 건가"라고 고민을 토로했다.

네티즌들은 "정의로운 원칙론자가 아닌 열등감에 찌든 사람 같다", "합승 불법이라고 안된다고 그 자리에서 거절은 못 하고 동승한 사람 가는 내내 아픈 건 둘째고 속으로 '신고부터 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거 생각하니 싸이코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A 씨가 신고 강박증에 걸린 남편과 사는 게 고달프다는 이유로 이혼을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 자문단 이인철 변호사는 "남편은 좋게 보면 본인은 물론 모든 사람이 모든 법과 사소한 규칙도 철저하게 준수해야 한다는 철저한 법치주의의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 변호사는 "물론 모든 법과 절차와 규칙은 원칙적으로 당연히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면서도 "그런데 법과 규칙에는 예외가 있다. 법에도 눈물은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아픈 사람의 택시 합승 사례나 폐지 수거하는 노인의 경우에 무조건 규칙을 준수하라고 고집하고 어떠한 예외도 인정하지 않을 때에는 자칫 ‘법 규칙 만능주의’에 빠지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법과 규칙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법과 규칙의 목적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면서 "만약 법과 규칙 그대로만 결론을 내려야 한다면 법과 규칙을 무조건 100% 적용하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재판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법도 사람이 만든 것이고 재판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경우의 사례에서 법과 규칙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그 사람의 관점에서 왜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살펴 보아야 한다"면서 "많은 법조인이 기록을 중요시한다. 기록에는 다양한 법률과 사건의 내용이 활자로 기록되어 있다"라면서 하지만 "'기록만 보지 말고 사람을 보라'는 말처럼 기록을 잘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의 눈을 보면서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그 사람의 관점에서 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가족 간 부부간에도 규칙준수만을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가족 간 규칙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애정과 배려다"라면서 "이 사례의 남편과 같이 강박증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바로 이혼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강박증이 심해서 부부간의 갈등이 심해지고 혼인 생활이 파탄에 이른다면 이혼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박증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가족들도 힘들게 하지만 본인도 힘들 것이다"라며 "강박증이 심하면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이 개선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면 배우자나 가족들도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적극적으로 응원해야 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도움말=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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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