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어 내수진작…양극화 넘은 '완전한 회복' 가능할까(종합)

통화·재정정책 '엇박자' 지적에 홍남기 "취약계층 지원은 재정당국 역할"
전문가들 "무차별적 확장정책 우려…'핀셋 지원' 필요"
정부가 연말까지 확장적 재정 운용 기조 아래 적극적인 내수진작책을 펼쳐 올해 4.2%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의 2021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휘청였던 한국 경제가 올해 들어 보이는 회복세를 공고히 하겠다는 취지다.

또 'K자형 양극화'의 그늘에 있는 취약·피해계층에 대한 지원들도 담았다.

◇ "회복 온기, 경제 전체로 가도록"…확장재정·부양책 초점
정부는 '완전한 경제회복'과 '선도형 경제로의 구조 대전환'이라는 목표 아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4% 이상 성장과 고용 회복을 달성하는 한편 코로나19에 따른 격차와 불평등까지 해소하기 위한 조치들을 담았다는 것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경기가 조금 빠르게 회복하는 측면이 있으나 그럼에도 모든 분야가 같이 회복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4%대 총량 성장뿐 아니라 고용 회복과 포용적 회복이 동반되고 가능한 한 회복의 온기가 경제 전체에 가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 경제는 수출·투자가 증가세를 이어가며 회복을 견인하고 있으나 내수·고용은 상대적으로 회복세가 더디다. 특히 코로나19 타격이 컸던 대면서비스업 등 민생 경제와 밀접한 분야의 소비와 일자리가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이런 문제의식 아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해 국민지원금 지급, 소상공인 피해지원, 신용카드 캐시백 방식의 상생소비지원금 등 대규모 부양책을 펼 계획이다.

15만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고용 대책과 청년 자산형성 지원방안 등 취약부문 지원책을 쓰고, 수출·투자는 현재의 회복세에 힘을 더 실어주기 위한 국가전략기술 투자 세제·금융지원, 물류 애로 해소 방안 등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 취약계층 회복이 관건…통화·재정정책 '엇박자' 우려도
결국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핵심은 돈을 계속 풀어 소비·고용 등 내수를 진작하고, 이를 통해 취약·피해계층의 회복을 도와 '완전한 경제회복'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문별·계층별 불균등한 회복 문제를 풀지 못할 경우엔 오히려 정부 정책이 달아오르는 경기에 기름을 부어 인플레이션 압박과 자산시장 과열 등 부작용만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실상 전국민에 돈을 주는 형태의 국민지원금·상생소비지원금 등 내수진작책이 취약계층의 회복으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경기가 빠르게 살아나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코로나19 위기 이후의 '출구 전략'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코로나 대응 한시 조치 등에 대한 '질서 있는 정상화' 추진 방침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언급했으나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았다.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상황에서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한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엇박자' 우려도 커졌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항상 일방향으로 가는 건 아니다"라며 "경제 상황에 적절히 맞게끔 처방해가면서 정책수단 간 조화, '폴리시 믹스(policy mix)'를 잘 조율해내가는 것도 중요한 정책 역량"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은 입장에서는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 금융 불균형 누적, 자산시장 자금 쏠림을 고려해 의견을 내는 것"이라며 "정부는 우리 경제의 항구적인 소비력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경기회복 대책을 만들었다.

또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 대한 위기 극복 지원은 재정당국이 온전히 감당해야 할 정책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이번 추경을 포함한 재정지출 확대로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부분 제한적"이라며 "재정지출은 대개 8분기에 걸쳐 물가에 영향이 전개되기에 올해 하반기 물가, 특히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크지 않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무차별적 확장정책 우려…'핀셋 지원' 필요"
전문가들은 경기가 회복되고 있으나 부문별·계층별로 불균등한 회복이 나타나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정부의 상황 인식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다만 'K자형 양극화' 문제를 풀기 위해 정부가 제시한 확장재정과 각종 부양책 등의 효과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코로나19 방역 상황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모든 걸 다 쏟아부어 '빠르고 강한 회복'을 하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 같은데 이를 위해 무차별적 확장정책을 쓰려는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신용카드 캐시백(상생소비지원금)의 경우 소비 진작 효과가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누구에게 혜택이 돌아갈지도 불명확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변이 바이러스 등을 고려하면 방역상황이 여전히 오리무중인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추경 등 재정으로만 완전한 경제회복을 이루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소비쿠폰 재개 등의 정책도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중산층과 저소득층 소비를 진작할 '핀셋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구전략' 부재와 통화·재정정책 간 조화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하반기 백신 접종이 늘어 코로나19가 안정된다면 국가채무, 가계부채,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해 출구전략을 서서히 고민해야 한다"며 "한은도 그런 점을 대비해 연내 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있기에 과도한 확장재정 정책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