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이광재, 단일화 합의…이재명측 "대안 없는 반대 무의미" 이낙연 "연대 원칙 천명, 바람직"…'적통후보론' 단계적 단일화 가능성
더불어민주당 대권 레이스의 막이 오르자마자 후보간 단일화 움직임이 현실화하는 등 합종연횡 변수가 꿈틀대면서 경선 판이 출렁이고 있다. 내달 1일 출정 시간표를 확정지은 당내 지지율 1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겨냥, 결선투표까지 염두에 둔 합종연횡이 조기에 달아오르면서 출발부터 9명의 주자 간에 이재명 대 반(反)이재명 대결구도가 선명해지는 흐름이다.
◇ 개문발차식 반이재명 연대 시동…합종연횡 본격화 정세균 전 총리와 이광재 의원은 예비경선(컷오프) 전인 다음 달 5일까지 후보 단일화를 하겠다고 28일 전격 발표했다.
일단 개문발차식으로 단일화 논의를 시작한 뒤 다른 후보들도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세몰이를 나섬으로써 반이재명 전선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예비후보 등록 첫날부터 단일화 카드를 선제적으로 던지면서 이 지사에 대한 집중 견제에 나선 것이다.
반이재명 공동전선을 통해 이 지사가 독주하는 현재의 판을 흔들어보겠다는 시도인 셈이다.
최근까지 두 후보의 지지율이 5%에도 못 미친다는 점에서 힘을 합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두 사람이 "민주당 적통 후보"를 강조하며 도덕적 품격 등을 후보의 자질로 내세운 것을 두고 이 지사에게 견제구를 날리면서 동시에 당 주류인 친문 진영의 지지를 얻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두 사람은 29일 경남 봉하마을을 함께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만난 뒤 부산에서 열리는 당원 간담회에 참석한다.
다음 달 1일 세종, 2일에는 광주를 동반 방문하며 공동 현장 행보에 나선다. 다른 군소주자들도 합종연횡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막판에 (단일화가)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고 했고, 최문순 강원지사는 "예비경선을 통과한 사람들끼리 합종연횡이나 정치적 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양강 구도' 노리는 이낙연, 단계적 단일화 동참할까 당내 2위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는 당장 공학적 연대에 동참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향후 본경선 과정에서 이 지사와의 양강 구도를 만들기 위해 단일화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이 전 대표는 이날 정 전 총리와 이 의원의 연대 선언에 대해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를 잇는 4기 민주정부 출범을 염원하는 후보들이 연대의 원칙을 천명한 것은 바람직하다"며 당내 연대 흐름에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단일화에 합의한 정 전 총리, 이 의원이나 이 전 대표 모두 적통후보론을 내세워 이 지사 견제에 나선 모양새다.
최근 지지율이 선전 중인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 박용진 의원은 일단 독자 행보에 우선 집중하는 모습이다.
김두관 의원도 정 전 총리와 이 의원의 단일화 합의와 관련, "저는 이번 단일화에 관심이 없고, 향후 후보 간 단일화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경선 초반까지 주자들이 독자 행보를 보이더라도 종국에는 결선투표를 앞두고 사실상 '이재명 대 비이재명'으로 전선이 그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 전 총리와 이 의원이 1차 단일화를 이룬 뒤 최종적으로 이낙연 전 대표까지 단일화하며 반이재명 세력이 단계적으로 총결집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한 의원은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의 당내 상징성이나 위상을 고려하면 결국 두 사람의 단일화가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라며 "이 전 대표로서도 이 지사와의 양강 구도를 위해 단일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지사 측은 반이재명 연대에 직접 대응하기보다는 본선 경쟁력을 부각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선 이후의 '원팀' 기조를 위해 다른 주자들을 크게 자극하지 않아야겠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이 지사 측근 의원은 "다른 주자들이 자신이 대안이라는 걸 보여주지 않는 한, 반이재명 연대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