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성소수자 돌보는 미국 사제에 "고맙다" 친필 서한(종합)

"주님의 마음은 모든 이에게 열려있어…활동 지속해달라" 독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 소수자(LGBTQ)를 위한 사목 활동으로 잘 알려진 미국 사제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친필 서한을 보내 눈길을 끈다. 교황은 최근 제임스 마틴(61) 신부에게 보낸 서한에서 소외된 이들 곁을 지키려는 사목적 열정에 고마움을 표시하며 "우리 천상의 아버지는 자손 모두를 사랑으로 돌보신다.

그의 마음은 모든 이에게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님의 방식은 친밀함(closeness)·연민(compassion)·애정(tenderness) 등의 3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다며 "당신의 사목 활동을 생각건대 이러한 주님의 방식을 지속해서 따르려 노력하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주님이 모든 남성과 여성의 아버지이듯, 당신은 모든 남성과 여성의 사제"라며 "친밀하고 동정적이며 큰 애정을 갖고 이 활동을 지속하도록 당신을 위해 기도한다"고 썼다.

아울러 "당신의 신자와 주님이 당신 품 안에 허락한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당신이 그들을 보호하기를, 그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속에 성장하게 하기를 기도한다"는 문장으로 끝을 맺었다.
서한은 교황의 모국어인 스페인어로 쓰였으며, 작성 날짜는 6월 21일로 돼 있다. 마틴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6일 열린 LGBTQ 공동체 지원을 위한 가톨릭 성직자 온라인 회의(Outreach LGBTQ Catholic Ministry Webinar)에 맞춰 아름다운 편지를 보내왔다며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전문을 공개했다.

교황과 같은 예수회 소속인 마틴 신부는 LGBTQ 신자들을 포용하고, 깊은 연대를 맺는 사제로 유명하다.

게이 혹은 레즈비언 가톨릭 신자에 대한 책도 여러 권 썼다. 이 때문에 보수적인 미국 가톨릭계로부터 종종 공격을 받기도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애 또는 동성 결혼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가톨릭 교리적 원칙을 분명히 하면서도 성 소수자의 인권도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교황은 27일 주일 삼종기도 훈화에서도 이를 암시하는듯한 발언을 했다.

교황은 "다른 사람을 판단하려 하지 말자. 판단하지 말고 반갑게 맞아들이라는 게 예수님의 뜻이다"라며 "마음을 열고 다른 사람을 맞이하자. 사랑만이 삶을 새롭게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이탈리아 언론은 교황청이 이탈리아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성 소수자 차별 금지 법안'에 외교 경로로 항의의 뜻을 표시한 것과 관련지어 이번 교황의 서한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앞서 교황청은 지난 17일 외무장관인 폴 리차드 갤러거 대주교를 통해 외교 문서인 구술서(Note Verbale)를 주교황청 이탈리아 대사관에 보내 해당 법안이 신앙 및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