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선출마 선언에 와르르 무너진 '윤석열 테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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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우 기자의 키워드 시사경제 - 테마주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지난달 29일, 증시에서는 이른바 ‘윤석열 테마주’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다. 회사 오너가 윤 전 총장과 같은 파평 윤씨거나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는 이유로 관심을 모았던 종목들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팔아치우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그가 대선에 뛰어들 것이란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해 왔는데, 실제 출마 선언을 마치자 ‘재료가 소멸됐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적게는 5%, 많게는 10% 넘게 떨어졌다.
실적과 무관한 정치·사회 이슈에
주가 오르내리는 종목 부르는 말
막연한 기대감이 상승 재료 작용
선거 다가오면 정치 테마주 기승
당국 "손실 위험 높다" 잇단 경고
폭염·한류 등 합리적 테마도 있어
‘재료’에 널뛰는 테마주 주가
테마주(theme株)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증시 외부에서 발생한 이슈를 계기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아 가격이 움직이는 종목을 말한다. 기업 실적과 무관하게 ‘앞으로 이 회사가 뜰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재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환율, 금리, 유가 등 모든 종목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거시 경제변수는 재료로 잘 치지 않는다.한류 열풍이 불어 백화점, 면세점, 항공사 주가가 뛰거나 폭염이 극심할 때 아이스크림, 에어컨업체 주가가 오르는 것은 ‘합리적’인 테마주의 사례다. 하지만 경제신문에서 테마주는 비판의 대상일 때가 더 많다. 황당한 테마도 많은 탓이다. 헌법재판소가 간통죄는 위헌이라고 결정한 2015년 2월 27일 오후 2시, 주식시장에서 난데없이 급등하는 종목이 쏟아졌다. 한 콘돔 제조기업은 거래량이 10배 뛰며 상한가를 찍었다. 사후피임약을 만드는 제약회사 주가는 10% 올랐고 등산복, 주류, 속옷 등을 만드는 업체들 주가도 들썩였다. 이들에게는 일명 ‘불륜 테마주’라는 민망한 이름이 붙었다.정치인 테마주는 대선이 가까워지면 주식시장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A라는 기업이 어느 후보가 공약한 정책에 가장 큰 수혜를 본다는 식의 이유는 점잖은 수준이다. B기업 사외이사가 모 후보 사돈의 팔촌이라는 풍문도 주가를 끌어올리곤 한다. 윤석열 테마주로 꼽힌 기업들이 실제로 윤 전 총장과 가까운 관계인지는 밝혀진 바가 없다.
테마주는 유가증권시장보단 코스닥시장, 대형주보단 소형주에서 많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테마주 투자는 위험할 수 있다고 늘 경고한다. 금융감독원이 2017년 대선 테마주 147개 종목을 특별조사한 결과 33개에서 불공정거래 정황이 발견됐다. 출마 예정자의 지인을 위장 영입한 상장사, 인터넷에 정치인 루머를 퍼뜨린 개인투자자, 고가 주문을 쏟아낸 시세조종 세력 등이 적발됐다. 거품처럼 부풀었던 주가는 금세 꺼졌다. ‘꾼들의 작전’에 개미들만 피해 보기 딱 좋은 환경이었다는 얘기다. 금감원은 올초에도 정치 테마주 주의보를 발령했지만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정치 테마주’를 검색하면 줄잡아 50개 넘는 리딩방이 나온다.
황제주·동전주·블루칩 들어보셨나요
증시에는 테마주 외에도 특정 종목에 붙는 재미난 별칭이 많다. 경제 기사를 읽다 보면 ‘황제주’ ‘동전주’라는 표현도 자주 볼 수 있다. 황제주는 통상 한 주에 100만원을 넘는 초고가 주식을 뜻한다.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종목이면서 가격이 비싸 개인투자자가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거래량이 적으면 유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주가가 너무 뛴 기업은 액면분할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액면분할은 한 주당 액면가를 잘게 쪼개 유통되는 주식 수를 늘리는 것을 말한다. 동전주는 한 주가 1000원을 넘지 않는 값싼 주식을 가리킨다. 지폐 한 장보다 싸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동전주가 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주식이 너무 저평가됐거나 액면분할이 매우 잘게 이뤄져서일 수도 있고, 기업가치가 정말 형편없어서일 수도 있다.안정적으로 이익을 내고 재무구조가 건전한 우량주는 ‘블루칩(blue chip)’이라고 부른다. 카지노 포커 게임에서 돈을 대신해 쓰는 흰색, 빨간색, 파란색 세 종류의 칩 중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게 파란 칩이었던 데서 유래했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