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號 '선택과 집중' 3년…LG, 배터리·전장기업 '변모'

구광모 LG그룹 회장 29일 취임 3주년

'인화(人和)'보다 '생존'과 '변화'
LG마그나로 '전장사업' 완전체
LG화학 분할로 배터리 힘 싣기

'돈 안되는 사업'은 과감히 청산
5조 적자 '휴대폰' 철수, 부동산 매각
LG그룹 시총 93조→162조로 늘어
구광모 LG 회장이 2019년 8월 LG화학 기술연구원을 찾아 연구개발 책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LG.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9일 회장 취임 3년을 맞았다. 구 회장은 실용주의를 앞세운 과감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했다. 길지 않은 시간임에도 전통적 제조기업에 머물러 있던 LG를 배터리, 전장부품,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 기업으로 탈바꿈 시켰다는 평가다.

구 회장은 2018년 고(故) 구본무 LG 회장이 갑작스럽게 타계한 후 LG가(家)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총수 자리에 올랐다. 취임 당시 만 40세로 국내 5대 그룹사 중 하나인 LG를 이끌기에는 너무 젊지 않냐는 우려도 있었다.그러나 구 회장은 소위 '돈 못 버는' 계열사들의 비주력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경쟁사와의 관계에서 공격 경영에 임하는 등 그동안 '재계 신사' 이미지였던 LG를 변화시켰다. 사장단 회의에서 그룹 창업 정신인 '인화(人和)'보다 '생존'과 '변화'라는 단어를 더 많이 꺼내들었다. 그룹 내에선 "젊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란 평가도 나왔다.

내달 1일 출범하는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합작법인은 구 회장식 '뉴 LG'의 상징이다. 지난 5년간 누적 적자만 8000억원이 넘던 LG전자 VS사업본부를 오히려 미래먹거리 전진기지로 바꿔놨다. LG가 향후 급격히 성장할 전기차·자율주행차 시장을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구 회장은 LG마그나를 출범시키면서 전장사업의 완전체를 만들었다. 파워트레인 같은 자동차 부품은 LG마그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와 조명은 LG전자,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 소재는 LG화학, 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 부품은 LG이노텍 등으로 역할 분담이 가능하다. 사실상 'LG' 브랜드를 딴 전기차 생산이 가능하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LG 마그나 이파워트레인 출범으로 LG 전장사업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성장성이 불투명하거나 LG와 맞지 않는 사업들은 과감히 털어냈다.

구 회장의 '실리주의'는 26년간 키워왔던 휴대폰 사업을 종료한 데서 가장 잘 나타났다. LG전자는 지난 4월 '초콜릿폰'으로 대변됐던 휴대폰 사업의 성공을 뒤로 하고 오는 7월까지만 생산·영업활동을 하기로 했다. 아무리 과거에 '영광'을 누렸더라도 성장성이 없으면 정리한다는 철칙이 적용됐다는 평가다. LG의 휴대폰 사업은 누적 적자만 5조원이 넘는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0%대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래도 LG폰에 대한 수요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닌데 철수한다는 것은 과거 LG와는 완전히 다른 의사결정"이라고 했다.

뿐만이 아니다. 2018년 구 회장은 서브원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사업을 매각했고, 이듬해에는 연료전지 자회사 LG퓨얼셀시스템즈를 청산했다. 2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지만 성과가 없자 정리했다. 2019년에는 LG디스플레이 조명용 올레드 사업을 철수했고, 같은 해에 수처리관리회사 하이엔텍과 설계회사 히타치워터솔루션을 매각했다. LG이노텍은 스마트폰용 메인기판 사업을 정리했고, LG유플러스는 전자결제사업을 팔았다.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 지분도 매각했다. 주력사업이 아니거나 부가가치가 없으면 끌어안지 않고 과감히 청산했다.구 회장의 사업 재편 성과는 수치로도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LG그룹 상장사 시가총액은 구 회장이 취임한 2018년 6월 29일 약 93조원에서 지난 25일 기준 162조원으로 약 69조원 늘었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매출 18조 8095억원·영업이익 1조 5166억원)와 LG화학(매출 9조 6500억원·영업이익 1조 4081억원) 모두 올 1분기 실적 신기록을 썼다. 지난해 1분기 3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냈던 LG디스플레이는 올 1분기 52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