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일치 확률 0.00005%" 간호사가 환자에 조혈모세포 기증

대전 을지대병원 전희주 씨 "7년 기다림 끝에 생명 나눔 기뻐"
대전 을지대병원 한 간호사가 난치성 혈액질환을 앓는 생면부지 환자를 위해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 29일 이 병원에 따르면 내과계 중환자실에서 근무 중인 전희주 간호사는 최근 60대 백혈병 환자를 위해 자신의 말초 조혈모세포를 내줬다.

전 간호사는 간호대학 신입생이었던 2014년 백혈병 환자들에게 조혈모세포 이식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접하고 주저 없이 조혈모세포 기증희망자로 등록했다.

하지만 그간 유전자형이 일치하는 환자를 만나지 못했다. 혈연관계가 아닐 경우 환자와 기증자 유전자가 일치할 확률은 0.0000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전 간호사는 지난 4월 조혈모세포은행으로부터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환자와 유전자형이 일치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어릴 적 아버지께서 직장동료의 아들에게 간이식을 해주시던 모습에 큰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며 "기증 서약 후 오랜 시간이 지나 잠시 잊고 있었지만, 내 선택으로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고 말했다. 중환자실 동료들의 응원도 이어졌다.

정밀 유전자 검사와 건강 검진 등 까다로운 기증 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근무 일정도 조정해 줬다.

기증 나흘 전부터 백혈구 성장 촉진제도 맞은 전 간호사는 무사히 조혈모세포를 기증한 뒤 지난 8일 퇴원했다. 전 간호사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가장 의미 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도 적지 않은 환자가 막연히 기약 없는 도움을 기다리고 계신다고 하는데, 많은 분이 기증에 동참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