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 가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40대에게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2부(부상준 부장판사)는 사기방조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이모(49) 씨에게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
대출이 필요했던 이씨는 2019년 9월 10일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회삿돈을 당신 명의 계좌에 입금했다 인출하는 방법으로 거래실적을 만들어 신용도를 높이면 대출해 줄 수 있다.
회삿돈을 입금할 테니 그 돈을 찾아 우리 직원에게 전달해달라'는 전화를 받고 자신의 은행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이씨는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면서 금융사기 예방 사전 문진표를 거짓 작성하고 고액 현금을 인출하는 이유를 묻는 은행직원에게도 '중고차를 사려고 한다'고 거짓 답변했다.
그는 은행 3곳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송금받은 돈 2천460만원을 인출해 조직원들을 만나 전달했다.
1심 재판부는 이씨에게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등 범행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정도의 미필적 인식이 있었다고 보고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대출을 받기 위해 실적이 필요하다는 보이스피싱 조직원 말을 믿고 그 지시에 따랐을 뿐이며 방조 고의가 없었다'는 이씨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돈을 인출해 전달한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알고 있었거나 범행을 도와주려는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으로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 이씨의 지적 능력이 매우 낮은 점 ▲ 이씨가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주고받은 메시지에 보이스피싱임을 추측할 수 있는 내용이 없는 점 ▲ 돈 인출과 전달 대가로 수수료를 지급받지도 않았고 지급받기로 약정하지도 않은 점 ▲ 이씨가 자신의 신원을 감추지 않고 자기 명의 계좌로 돈을 송금받은 점 등을 토대로 범행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이씨가 은행 직원에게 거짓말하거나 허위로 문진표를 작성한 점은 이씨가 대출이 필요한 상황이라 대출을 해준다는 보이스피싱 조직원 말을 믿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