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활동가들 "인권위 관료화·소통부족"…긍정평가 30%

인권위 역사상 첫 여성·비법조인 출신으로 수장을 맡아온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다수 인권활동가들은 29일 현재 인권위 활동에 대해 "그저 그렇다"는 평가를 했다.

인권위의 관료화와 불투명성, 소통부족 등의 문제도 지적됐다. 인권단체들이 결성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인선대응 연석회의'(연석회의)는 이날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 사람 사무실에서 토론회를 열고 최 위원장 체제 인권위 에 대한 현장 활동가 73명의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응답자의 49.3%(36명)는 최 위원장이 이끈 인권위에 대해 '그저 그렇다'는 밋밋한 평가를 했다.

'매우 잘하고 있다'와 '잘하는 편이다' 등 긍정 평가는 30.1%(22명), '매우 못하고 있다'와 '잘하지 못하고 있는 편이다' 등 부정 평가는 20.5%(15명)로 나타났다. 긍정 평가 이유를 서술형으로 답하게 한 문항에는 '친인권적·적절한 권고를 내고 있다', '필요한 곳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등의 응답이 있었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정부 정책에 비판적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에 적극적인 정책 기능을 다하지 않고 있다', '인권단체들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는다' 등의 응답이 많았다.

활동가들은 '이런 인권위원장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문항에서 '인권침해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민첩한 위원장',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위원장' 등을 꼽았다. 이 같은 점을 꼽은 이유로 '현재 인권위가 정부의 눈치를 보는 상황들이 있었다', '시민사회 출신의 인권위원장도 인권·시민사회와 제대로 소통이 되지 않았다', '관습과 습성에 젖어 퇴행하는 듯한 모습이 있다' 등의 답변이 있었다.

내부의 쓴소리도 나왔다.

정년퇴임을 앞둔 김원규 인권위 조사관은 "최 위원장은 인권위 혁신위가 조직관료화 개선을 위해 권고한 과장 공모제, 다면평가제 확대, 회의 공개 등을 대부분 거부했다"며 "인권위가 과연 조직의 건강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고 꼬집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명숙 상임활동가는 "인권위원장이 시민사회 출신이라 할지라도 시민사회와의 교류나 협력이 원활하다고 가정할 수는 없다"며 "인권위가 주력하는 사업이 아니면 시민사회와의 협력은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연석회의는 설문조사 결과를 이르면 30일 차기 인권위원장 선출을 위한 후보추천위원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연합뉴스